'길 위의 목자' 문규현 신부의 일대기 '너 어디 있느냐' 출간

파자마 제공

1989년 8월 15일 군사분계선을 앞에 두고 임수경과 눈물을 흘렸다. 2009년 용산 참사 유족의 아픔과 함께 하려 단식하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숱한 날을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로 길바닥 위에 엎드리고 기어갔다. 불의에는 깡으로 뛰어들었다.

항상 낮은 자리 소외된 자리에 함께하고 한 평생 생명과 평화, 정의의 길을 걸었던 문규현 신부(79)의 삶과 신앙을 다룬 '너 어디 있느냐? -사제 문규현 이야기'가 출간됐다.

파자마 출판사는 "오늘의 고통을 은총으로 바꾸고 미래에 대한 걱정을 실천으로 바꾸는 한 사제의 뜨거운 신앙고백이자 온 힘을 다해 끊임없이 걸어가며 미래에 대한 걱정을 실천으로 바꾸고자 했던 문 신부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문 신부가 태어나 사제가 되기까지의 삶과 사제 문규현의 신앙적 삶, '통일의 꽃'이라 불리웠던 임수경과 남북 분단의 벽을 넘었던 감동을 담았다. 늘 낮은 자리 소외된 자리에 함께하며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를 하는 고난의 시간을 담아내고, 책 말미는 문 신부가 술회하는 삶의 의미와 가야할 길에 대해 펼쳐낸다.

1989년 8월15일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로 참가한 임수경씨(당시 한국외국어대학교 3학년)의 손을 잡고 휴전선 북쪽에서 판문점을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었던 그 감격을 기억하기 위해 문 신부는 지금도 휴대전화 뒷자리를 '0815'로 쓴다. 1945년 1월 1일 태어난 '해방둥이'지만 자신을 '분단둥이'라고 부른다.

2000년대 들어서도 문 신부는 생명·평화운동의 구심점이었다. 2003년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새만금 간척사업을 막기 위해 전북 부안 해창갯벌부터 서울 광화문까지 65일 동안 목숨을 건 삼보일배를 했다. 2008년엔 '평화의 길, 생명의 길, 사람의 길을 찾아 나서는 오체투지' 순례를 이끌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지리산 하악단에서 파주 임진각 망배단까지 400㎞를 124일 동안 땅바닥을 기어 종주했다.

글쓴이 문상봉·이정관·장진규·형은수 씨는 30년 이상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쳐온 전북국어교사모임 선생님들이다. 이들은 20여 년 전부터 문 신부와 함께 순례길을 걷는 '청소년 뚜버기' 활동을 하며 문 신부의 생각과 삶을 곁에서 지켜봤다. 오롯이 그 삶을 담아낸 책이다.


1989년 8월15일 전대협 대표로 평양축전에 참여했던 임수경과 문규현 신부가 판문점 통과에 앞서 군사분계선 북한 지역인 판문각에 서 있다. 노컷뉴스DB

문 신부는 전북 익산 황등에서 부친 문범문씨(베드로)와 모친 장순례씨(수산나)의 4남 3녀 중 3남으로 태어났다. 5대째 천주교 집안으로 두 아들과 딸 한 명이 수녀가 됐다.

1971년 사제 서품을 받고 전동성당, 팔마성당, 부안성당 등에서 사목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카투사(KATUSA) 출신으로 일찌감치 세계에 눈을 떴다. 1989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결정에 따라 임수경과 방북해 평화통일 운동에 헌신했고, 평택 미군기지, 새만금 개발, 부안 핵폐기장 건설 반대 운동 등 생명과 정의를 살리는 일에 앞에 나섰다.

2011년 1월 천주교 전주교구 평화동 주임신부를 마지막으로 본당 사목에서 은퇴한 그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상임대표, 생명평화연대 상임대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사단법인 생명평화마중물 대표 등을 지냈다.

문상붕·이정관·장진규·형은수 지음 | 파자마 | 300쪽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