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시인' 나태주의 죽어서 소중한 것들…'버킷 리스트'

열림원 제공

"웃어도 예쁘고 / 웃지 않아도 예쁘고 / 눈을 감아도 예쁘다 / 오늘은 네가 꽃이다." -'오늘의 꽃'

현대 대표 서정시인으로 꼽히는 나태주 시인이 2007년 교장 퇴임을 앞두고 췌장암으로 오랜 기간 투병 생활을 해오며 꾹꾹 눌러 쓴 시를 묶은 '버킷 리스트'가 출간됐다.

'삶과 죽음에 대한 바라봄'을 고스란히 녹여낸 시들로 가득한 '버킷 리스트'는 그의 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살아줘서 고맙다"는 안부 인사에 더해 안온한 삶을 빌어주는 따스한 기도가 담겼다.

시인은 오랜 투병 생활에서 기적적인 회복까지, 일상에서 미처 돌아보지 못한 소중한 순간들을 들여다 보고 자신의 삶 속에서 느낀 단상들 모아보고 삶의 마지막 날까지 그의 곁을 지켜줄 소중한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마침내 그리던 꿈을 간직하고자 한다.

"너에게 사랑 받고 싶다 / 아니다 / 지금이라도 너를 / 사랑하고 싶다." -'버킷 리스트 1 -지금이라도'

"사랑이 찾아올 때는 / 엎드려 울고 // 사랑이 떠나갈 때는 / 선 채로 울자 // 그리하여 너도 씨앗이 되고 / 나도 씨앗이 되자 // 끝내는 우리가 울울창창 / 서로의 그늘이 되자." -'봄비'

"언제고 오늘처럼 살 수는 없는 일 / 언젠가는 헤어질 날도 생각해두어야 할 일 / 헤어진 뒤 아픔이나 슬픔도 / 이겨낼 수 있어야만 한다 / 그날에도 네가 마음의 빛이 되고 / 길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다짐 두는 말'

300여 편의 단출한 '바라봄'을 지나오면, 시인은 "열심히 죽어서 잘 살았다"는 말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마무리 한다. 죽음 같은 삶 역시 소중한 삶임을 우리에게 일깨우며. '그래, 살아줘서 고맙다'고.  

"오늘도 열심히 죽어서 잘 살았습니다." -'퇴근'


나태주 글 | 지연리 그림 | 열림원 | 3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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