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덕에 인터뷰도 다 해보고…"
19일 경기도 이천 LG 챔피언스 파크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 섭씨 30도가 넘는 땡볕 아래에서도 프로 구단 스카우트들의 눈에 띄기 위해 참가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트라이아웃은 총 15명이 지원해 각자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대상자는 해외 아마추어 및 프로 출신 선수, 고교 및 대학 선수 등록 후 중퇴한 선수들이다.
가장 눈에 띈 선수는 투수 양제이(24)다. 양제이는 미국 오벨린 대학교를 졸업한 뒤, 올해 7월부터 경기도 독립야구단인 화성시 코리요에서 뛰고 있다. 키 198cm, 체중 110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양제이는 오른손으로 내리꽂는 강속구가 장점인 선수다.
양제이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삼촌이 '한국 농구 레전드' 양동근 코치이기 때문이다.
17년간 프로 선수로 뛴 양 코치는 데뷔 시즌 신인왕을 시작으로 챔피언 결정전 6회 우승, 정규 리그 5회 우승, 정규 리그 최우수 선수(MVP) 4회 등을 이룬 그야말로 농구 전설이다. 현재는 자신이 선수 시절 활약했던 울산 현대 모비스 피버스의 수석 코치로 역임하고 있다.
양제이의 외조부모님이자 양 코치의 부모님인 양제신(75) 씨와 신영숙(73) 씨도 이날 손자의 투구를 보기 위해 이천을 찾았다. 외조모 신영숙 씨는 "(양제이가) 힘들어하고,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 모습이 안쓰럽다"며 걱정의 눈빛을 보냈다. 외조부 양제신 씨도 "아들과 손자는 다른 느낌이다. (양)동근이가 운동할 때는 '선수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는데, 손자는 다르다"며 웃었다.
KBO 리그에 도전하기 위해 양제이는 큰 결정을 내렸다. 미국 명문 조지타운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입학을 미룬 것. 양제이에게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꿈이 더 컸던 것이다.
양제신 씨는 "미국에서는 야구만 잘해서는 안 된다더라"라며 "공부도 잘해야 하고, 운동도 잘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제이에게 한국에 가서 정식으로 야구를 배워보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외조부모의 걱정과 달리 양제이는 마운드 위에서 씩씩하게 투구를 마쳤다. 이날 투수들에게는 총 30개의 공이 주어졌다. 투수 중 3번째 순서로 공을 던진 양제이는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골라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km가 나왔다.
양제이는 트라이아웃을 마친 뒤 "한국에서 야구를 계속 해보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며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왔다"고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어 "한국 야구를 좋아한다. 많이 배울 수 있어서 한국에서 야구를 배우고 싶다"며 간절한 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