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 본토를 기습 공격하면서 부분 휴전을 위한 비밀 협상이 무산됐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현지시간) 외교관,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에너지, 전력 기반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을 중단하는 획기적인 합의에 대해 협상하기 위해 이달 카타르 도하에 대표단을 보낼 예정이었으나 지난 6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을 기습 공격하면서 협상이 좌절됐다는 것이다.
이는 카타르가 중재자로 나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따로 만나는 간접 협상으로, 타결 시 부분 휴전에 해당하는 것일 수 있었다고 당국자들은 평가했다.
카타르는 지난 두 달간 양국과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을 위한 방식을 논의해왔고 양국은 도하 회담에 합의했으며 일부 중요치 않은 세부 사항만 남겨둔 상황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 후 러시아 당국자들은 카타르 당국자들과 하려던 회담을 연기했다고 한 외교관은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6일 러시아 쿠르스크주를 기습하면서 가스관 시설이 있는 수자 지역으로 진격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자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외교관은 "러시아는 회담을 취소하지는 않았고 우리에게 시간을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도하에 자국 대표단을 보내고 싶어 했으나 카타르는 한쪽만 만나는 것은 유익하지 않다고 보고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고위 외교관들과 가까운 한 러시아 학자는 쿠르스크 공격 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협상할 기분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러시아 지도부는 보통 압박을 받으면서는 어떤 타협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1년 넘게 순항미사일과 드론으로 우크라이나의 전력망을 공격해왔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발전소들은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어 우크라이나 전역에 정전을 유발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의 석유 시설을 공격해왔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정유 공장과 저장소 등이 불에 탔고, 이는 러시아의 정유를 15%가량 감소시켜 전 세계 유가를 올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WP의 질의에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도하 회담은 "중동 상황 때문에" 연기됐다면서 오는 22일 화상 회의 형식으로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언급 요청에 답하지 않았고, 미국 백악관도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