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이 광복절 당일 특집으로 꾸며진 자사 메인 뉴스 프로그램 '뉴스9' 보도를 두고 "광복절 뉴스 없는 광복절 특집 뉴스"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런 뉴스가 정말 정상인가"라고 비판하며 이를 '보도참사'로 규정했다.
KBS기자협회는 17일 낸 성명에서 "8·15 당일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했을 뉴스는 사상 초유의 두 쪽 기념식"이라며 "그러나 KBS 9시 뉴스에서는 이 뉴스를 무려 15분이 지나서야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도 여야 공방 형식의 단 한 꼭지만으로 처리했다"며 "그러다 보니 기념식이 별도로 열린 이유와 광복회 측 입장, 별도 기념식 내용 등 당일 주요 발생 사항은 거의 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광복절이던 지난 15일 각 채널 간판 뉴스 프로그램은, 역사적 통념을 부정해온 뉴라이트로 지목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대, 광복회 등이 정부와 별도로 치른 광복절 기념식을 비중있게 전했다.
이와 달리 KBS '뉴스9'는 한강 야외 스튜디오를 무대로 '한강의 기적'을 위시한 경제 성장 등에 무게를 뒀다. 두 쪽으로 갈라진 광복절 기념식에 대해서는 여야 공방을 주제로 7번째 리포트에서 짧게 다뤘다.
KBS기자협회는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된 날이 광복절인데 왜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에는 일제의 침탈 역사와 우리 민족의 아픔에 대한 언급이 없는지 궁금했다"며 "하지만 역시 우리 뉴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우리 뉴스를 가득 채운 건 '한강의 기적'과 '경제성장'이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투사를 재조명하거나, 우리 민족의 대일항쟁사를 재발굴하거나, 현재 한일 관계의 현안들이라도 점검했어야 한다"며 "그게 광복절 특집 뉴스의 기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당 부서에서 발제도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광복절의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뉴스들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 자리에는 왜 하필 광복절에 들어가야 하는지 이유를 찾기 어려운 뉴스들로 채워졌다"며 "KBS 기자들 사이에는 '관급성' 보도가 너무 부끄럽다, 2024년에 1990년대식 보도만 하려고 한다는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광복절 뉴스 없는 광복절 특집 뉴스, 시청자를 위해 KBS 뉴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나. 이런 뉴스가 정말 정상인가"라며 "임시보도위원회 등을 통해 8·15 보도 참사의 경위를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KBS는 광복절 당일 일본국가 '기미가요'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편성한 데 대해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이에 KBS는 "7월 말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방송 일정이 뒤로 밀렸다"고 해명하며 사과했다.
같은 날 좌우가 반전된 잘못된 태극기 그래픽을 노출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서도 "인물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장면을 구현하면서 제작자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태극기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역시 고개를 숙였다.
이와 관련해 KBS 박민 사장은 16일 열린 임원회의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에 국민들께 불쾌감을 드린 데 대해 집행부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통해 공영방송 역할과 맡은 책임을 더욱 고민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