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고위 후보들, 막판 '선명성' 경쟁…숨겨진 의도는?

정봉주 "이재명 팔이", 전현희 "김건희 살인자"…원조는 김병주 "정신 나간 국민의힘"
1위 달리던 정봉주, 순위 낮아지고 '이재명 험담' 전해지자 '맹공'으로 태세 전환
5위 턱걸이 다툼 중인 전현희…몸담았던 권익위 이슈 터지자 '선명성' 공세 나서
안정권 달리는 김병주…당내 일각선 "민생·경제 등 정책경쟁 희석될라" 우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회 전국당원대회 후보자 공명선거실천 서약식에서 최고위원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주, 강선우, 정봉주, 김민석, 이언주, 한준호, 전현희 최고위원 후보).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8.18 전국당원대회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최고위원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전당대회 본격 개시 직전 이뤄진 김병주 후보의 "정신 나간 국민의힘"에 이어 최근에는 경선에서 원외 돌풍을 일으킨 정봉주 후보의 "이재명 팔이", 전현희 후보의 "김건희 살인자" 발언까지 강성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재명 팔이' 2차 공격 나선 정봉주…"김건희 살인자" 직접 발언한 전현희도 논란의 도마 위에

정봉주 후보는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안 된다'고 이야기했냐고 묻는데, (그렇게 이야기)했다"며 "이대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 전 대표와 관련해 사석에서 대화한 내용을 공개한 것인데, 정 후보는 "이대로는 안 된다. 특히 '내가 이재명의 복심이네' 하면서 실세 놀이하는 몇몇 극소수 인사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을 느꼈다"며 발언의 진의가 이 후보를 흉보기 위함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 후보가 당 최고위원 선거에 개입해 정 부호가 격앙됐다는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 후보 비판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정 후보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팔이'하며 실세 놀이하는 무리들이 (정권 교체 등)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를 위협하는 최대의 걸림돌"이라며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 암덩이인 '이재명 팔이'를 잘라내야 한다"고 높은 수위로 당내 인사들을 비난했다. 이로 인해 당내 친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를 비롯한 여러 당원과 인사들이 정 후보 비판에 나섰는데, 이날 또 다시 일부 친명계 인사들을 저격한 셈이다.
 

지난 14일에는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냈던 전현희 의원이, 최근 권익위 김모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의 사망 사건을 두고 "권익위 수뇌부가 대통령 부부를 비호하기 위해 유능하고 강직한 공직자 1명이 억울하게 희생된 것"이라며 "김건희가 살인자"라고 목소리를 높여 구설수에 올랐다. 이 발언에 국민의힘은 "안타까운 사건을 또 다시 정쟁의 소재로 삼으려는 행태가 개탄스럽다"며 전 의원 제명 촉구 결의안을 냈고, 대통령실도 "인간에 대한 인권 유린이고 국민을 향한 모독"이라며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관훈토론회에서 "국민들이 보시기에 거슬리고 불쾌하셨다면 참으로 유감"이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전 의원은 아직 자신의 발언에 대한 유감이나 사과의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전당대회 국면을 앞두고 가장 먼저 '선명성 경쟁'을 시작한 것은 육군 4성 장군(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의 김병주 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도중, 국민의힘이 논평 제목에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쓴 점을 문제삼아 "정신이 나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여당 소속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사과 요구와, 여당 의원들의 쏟아지는 빗발치는 사과 촉구 고성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할 이유가 없다며 맞서 이날 본회의는 결국 파행됐다. 민주당은 다음 날 "사과는 국민의힘이 해야 한다"며 맞받았지만, 나머지 본회의마저 파행될 위기에 처하자 결국 박 직무대행이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최고위원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정책 경쟁 실종'은 우려 지점

이 같은 일련의 행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최고위원 후보 경쟁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정 후보의 경우 최고위원 경선에서 줄곧 1위를 달리다가, 김민석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면서 공세를 강화했다. 지난 11일 대전·세종 경선까지 반영된 온라인 누적 득표 결과를 보면, 정 후보가 1위인 김민석 후보에 이어 2위인 15.63% 득표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명계의 견제가 다소 과해졌다는 평가를 내던 정 후보는 사석에서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자 관련한 해명에 나서기 보다 '이재명 팔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내며 당내 일부 세력에 대한 공격으로 판세의 변화를 꾀했다.

누적 득표율이 당선 안정권에 접어든 만큼 비명계의 표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정 후보의 발언이 진심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누적 득표율은 후보 가운데 2번째이고, 현재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 30%가 남아 있다. 이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적 견해들, 소위 말하는 '레드 팀' 역할을 할 수 있고 민주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의도를 가지고 발언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 지지층 주요 커뮤니티 등에서는 해당 발언에 대한 반감이 더 크게 일고 있는 모양새다.
 
전 후보의 경우도 발언의 배경이 이언주 후보 등과 함께 당선권인 5위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1일까지 집계된 온라인 누적 득표 결과를 보면 현재까지 이 후보가 5위, 전 후보가 6위를 달리고 있는데, 두 후보 간 득표수 차이는 169표에 불과하다. 해당 사안의 경우 전 후보 본인이 권익위원장을 지낸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무회의 불참과 사퇴 요구에 감사원의 감사까지 받았을 정도로 사실상의 핍박을 당한 만큼, 본인이 강점을 가지는 이슈에서 '선명성' 경쟁에 나서기 좋았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후보 측은 김 후보가 당선권을 유지하는데 본회의 발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국민의힘의 최초 논평 이후 꾸준히 비판을 했고, 의도한 것도 아니었다"면서도 "많은 반향이 있었고 선거에 약간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각 후보들의 이 같은 행보는 원내 제1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보다 부각돼야 할 민생과 경제 등 당내 정책 경쟁을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이재명 일극(一極) 체제' 속 '선명성' 경쟁이 우려를 낳고 있는 이유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여지껏 전당대회 기간 내 메시지 수위들이 굉장히 셌던 것은 사실이다. 선거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지도부 출범 뒤 선거 과정에서 했던 말에 연연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다 보면 또 다른 실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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