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에서 성별 논란 속에 금메달을 따낸 이마네 칼리프(알제리)가 격정을 토로했다. 격렬한 비난에 매일 밤을 울면서 지새웠다는 것이다.
일본 매체 더 다이제스트는 16일 칼리프가 자국 방송사 엘 빌라드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칼리프는 "전 세계 정치인과 운동 선수, 아티스트들이 난리가 났고 일론 머스크,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들까지…. 많은 영향을 받았고 상처를 받기도 했다"면서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칼리프는 또 다른 여성 복서 린위팅(대만)과 함께 일반적으로 남성을 뜻하는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세계선수권 실격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들의 대회 출전을 허용해 논란이 커졌다.
특히 칼리프와 66kg급 2회전에서 맞붙은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가 펀치 2방을 맞고 코뼈가 부러지며 46초 만에 기권해 논란이 뜨거웠다. 카리니는 "내 인생에 중요한 경기였지만 내 인생을 지켜야만 했다"고 밝혔고, 57kg급의 린위팅과 경기에서 패배한 선수들도 잇따라 손가락으로 'X'자를 만들며 불만을 표시했다.
전세계에서 이들에 대한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영국 작가 J.K. 롤링을 비롯해 엑스(전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경영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성별 논란 복서의 출전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이에 칼리프는 "매일 밤 나는 방에 돌아와서 울었다"면서 "마음은 조여지고, 엄청난 불평등감에 시달려야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한바탕 눈물을 흘린 뒤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갔다"고 덧붙였다.
칼리프는 결국 알제리 여자 복싱 사상 최초의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린위팅 역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방송에서 칼리프는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해 온 것은 사실"이라면서 "나를 부당하게 취급한 정치인들에게는 나를 트랜스젠더라고 부를 권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내 가족, 내 가족의 명예, 알제리와 알제리 여성들에게 큰 모욕이었다"면서 "세계가 이마네 칼리프의 여성스러움, 용기, 그리고 뜻을 이해해준 것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대회 뒤 칼리프는 프랑스 검찰에 자신을 비난한 이들에 대해 고소했다. 롤링과 머스크도 포함된 가운데 칼리프의 변호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검찰은 사이버 폭력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