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쪼개진' 광복절…野 '친일' 공세, 與 '분열책' 반박

갈라진 광복절…세종문화회관 정부 경축식, 백범김구기념관 광복회 기념식
민주당 "역사 쿠데타로 독립투쟁의 역사가 부정되고 정체성 흔들려"
정부·여당, '국민 분열' 프레임으로 맞서…韓 "나라 갈라지는 것처럼 보여"
대통령실 "국민 분열 행태, 국익에 도움 안 돼" vs 이종찬 "진정한 통합 이정표"

연합뉴스

사상 처음으로 광복절 기념 행사가 두 갈래로 나뉘어 열린 15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친일'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국민의힘 여권은 '국민 분열책'이라며 반박했다.

'뉴라이트' 성향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역사관 논쟁에 결부돼 있다. 1945년 '일본으로부터의 광복'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두 가지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지를 놓고 진영 간 해석의 차이가 존재한다.

2024년 현재 국회에서 극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는 여야와 진영 대결의 구도가 고스란히 역사와 이념에도 투영돼 갈등을 반복한 셈이다.
 

野 별도 기념식, 정부 '정조준'…"해방 이전으로 역사 퇴행"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 대신 광복회 기념식 참석한 야당 의원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이날 정부가 주최하는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대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광복회가 주최한 별도 기념식에 참석했다. 광복회는 행사 직전 "정당·정치권 인사 및 일반 시민단체, 초청 받지 않은 시민은 참여할 수 없다"고 공지하면서도, 현장에선 특별히 정치권 인사들을 막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한 뒤 규탄성명을 내며 정부를 정조준했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자행 중인 역사 쿠데타로 독립투쟁의 역사가 부정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역사의 시곗바늘이 해방 이전으로 퇴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력을 총동원해 일본 퍼주기 외교를 저지하고, 당 내에 윤석열 정권 역사 쿠데타 저지 TF를 구성하며,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함께 범국민적 저항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의 촉발 계기가 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 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이끌어낼 때까지 사안을 엄중하게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날 발표된 윤 대통령의 경축사 내용에도 날을 세웠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제' 또는 '일본'이라는 표현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독립과 광복 과정을 기술한 내용은 전무하고, 통일 얘기를 시작하며 '일제의 패망'이라고 딱 한 번 쓰고 넘어갔다"며 "논평할 의미조차 찾을 수 없는 최악의 광복절 경축사"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세종문화회관 앞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국 대표는 "일제 치하에서 광복된 지 7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친일, 종일, 부일, 숭일분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며 "고개를 빳빳이 들고 정부와 학계 요직을 하나둘씩 꿰차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의 과거 발언을 거론하며 "일제 시절 우리를 위해 일하는 척했지만 알고보면 일제를 위해 일했던 밀정 행태와 하등 다를 것 없는 자들이다. 이런 밀정들이 정부와 학계를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며 "일제 밀정 같은 자들을 요직에 임명한 자가 바로 왕초 밀정이다. 바로 저 곳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정부의 8.15 기념식 단상 가장 가운데 앉은 사람"이라고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민주당 이재강‧임미애, 혁신당 김준형‧이해민, 진보당 정혜경 의원은 이날 일본으로 향해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니가타현 사도광산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출국 직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오늘(15일) 외무성에 방문해 항의 서안을 전달한 뒤 내일(16일) 사도광산에 들어가서 정부의 말이 맞는지 직접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與 '국민 분열' 반박…한동훈 "나라 갈라져 보이게 해 부적절"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은 이와 같은 총공세에 대해 '국민 분열' 프레임을 내세우며, 야권과 이종찬 광복회장을 비롯한 관련 단체 등의 반발을 '나라가 갈라지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부 경축식 뒤 기자들과 만나 "인사에 대해서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 오셔서 말씀하실 수 있지 않나"라며 "광복절은 우리 국민 모두의 축하할 만한 정치 행사인데, 이렇게 불참하면서 마치 이렇게 나라가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너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념식에 불참한 이종찬 광복회장을 겨냥한 셈이다.

당내 인사들은 보다 높은 수위로 비판에 나섰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나라의 빛을 되찾은 기쁜 날인 오늘까지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적 선동에 여념이 없다"며 "무책임한 태도에 순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퇴색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던 강승규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건국절 논란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려는 민주당의 억지"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1919년 3.1 운동부터 여러 독립운동들이 있었고, 1948년 남한 정부 수립 등을 포함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국가 건립의 과정이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찬대 직무대행을 겨냥해 "보수 정부에서 무슨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친일 프레임을 씌운다"며 "친일 몰이를 하는 대한민국의 정치, 제1야당의 모습이 참으로 비참하다"고 맞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친일 프레임을 덧씌우고 이를 틈타 국민 분열을 꾀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여권의 규정에 대해 이종찬 광복회장은 자신들의 행보는 '국민 분열'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그는 기념사에서 "역사의식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의 일환으로 광복회원들의 결기를 보여 줘야 했다"며 "분열의 시작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광복의 의미를 기리는 진정한 통합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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