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 슈가(민윤기)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동 스쿠터를 몬 사실이 적발된 가운데, 인도에서 주행하다가 넘어지는 장면이 포착됐다. 슈가의 범법 행위와 석연찮은 해명을 지적하며 근조 화환을 보내거나, 탈퇴를 요구하는 등 팬덤 아미(ARMY) 사이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 6일 밤 11시 10분쯤 슈가의 동선이 담긴 CCTV 영상을 입수했다며, 슈가가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 정문 앞에서 입구 안쪽으로 좌회전하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고 14일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경찰 등을 인용해 슈가가 6일 밤 9시 한남오거리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며 술을 마신 뒤 인근 개인 작업실로 같이 이동해 술을 마셨고, 밤 11시쯤 본인의 전동 스쿠터를 타고 귀가했다고 전했다. 슈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227%였다고 부연했다.
다만 지난 7일 JTBC '뉴스룸'에 나온, 전동 스쿠터로 대로변을 주행하는 CCTV 화면 주인공은 슈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동아일보는 설명했다.
2013년 데뷔한 7인조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인 슈가는 지난해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 중이다.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시기에 음주운전 소식이 전해져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더 많았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슈가가 '전동 킥보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사고가 났으나 인명/시설 피해는 없었으며, 범칙금 부과와 면허 취소가 이루어져 사건이 종결된 것처럼 설명했다.
경찰은 슈가가 탄 것은 일반적인 전동 킥보드를 의미하는 개인형 이동 장치(PM)가 아닌, 전동 스쿠터라고 밝혔고 범칙금 부과나 면허 취소 등의 후속 조처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어서 소속사와 슈가가 사안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속사는 이후 "보다 면밀하게 살피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성급하게 말씀드린 데 대하여 거듭 사과드린다"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음주운전 후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가까운 거리라는 안이한 생각과 음주 상태에서는 전동 킥보드 이용이 불가하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 했다는 슈가의 입장문도 음주운전을 가벼이 여기는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 도마 위에 올랐다.
슈가가 속한 방탄소년단은 K팝 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르고,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과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를 모두 거머쥐며, 2018년 최연소 화관문화훈장의 주인공이 되는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쓴 바 있다.
올해 6월 전역한 진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별다른 문제 없이 군 복무 중인 와중에, 유일하게 대체 복무 중인 슈가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소식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팬덤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이 감지됐다. 방탄소년단의 음원 정보를 정리하고 공유하는 대형 계정이었던 방탄소년단 음원정보팀은 지난 9일 트위터(X)에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빠른 결단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15일 현재 이 계정은 폭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방탄소년단 투표를 독려하는 또 다른 대형 계정 BTS 독려연합도 14일 글을 올려 "물론 오랜 팬심이 있었기에, 초반에는 부정하고 싶을 만큼 믿기지 않는 심정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하셨겠지요. 하지만 점점 밝혀지는 진상으로 거짓말을 거듭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날수록 참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응원하던 아티스트의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과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 입장문을 보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겹쳐 저는 지난 며칠 동안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었습니다"라며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인 건 없습니다. 사고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고 누가 당할지 모릅니다. 본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지길 바랄 뿐입니다"라고 썼다. 해당 계정 역시 조만간 닫을 것을 예고했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앞에 슈가의 범법 행위를 질타하고 탈퇴를 요구하는 문구가 쓰인 화환이 펼쳐지기도 했다. '무슨 근황을 사회면 뉴스로 알려주니' '0.227 음주운전 자진해서 탈퇴해' '민윤기 탈퇴해' '음주 수치 커리어하이 민윤기' '팬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등의 내용이었다.
반면, 슈가의 탈퇴를 반대하며 방탄소년단 7인 체제를 지지하는 팬들의 수도 적지 않다. 일부 팬들은 슈가가 전동 킥보드를 달리는 속도가 느리고 별다른 인명/시설 피해가 없는데도 사건을 지나치게 키우는 것 아니냐며 언론 보도를 공격하고, 슈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탈퇴를 요구하는 팬들을 사이버 불링(괴롭힘)해 입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