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회복과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총 재고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보다 증가했다. 다만 반도체 업턴(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실제 D램, 낸드 플래시 등의 재고는 줄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재고자산은 약 55조5666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51조6259억원)보다 3조9407억원 늘어난 것이다.
이중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재고자산은 32조3308억원으로, 작년 말 재고자산(30조9987억원)에 비해 1조3321억원 증가했다.
재고평가 충당금은 가격(재고 가치)이 내려가면서 원래 시장가격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될 때 하락분을 반영해두는 일종의 비용 개념이다.
지난해까지 반도체 한파에 따른 재고 가치의 하락으로 메모리 업체들은 미리 가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계상했고, 이에 충당금은 늘었다.
하지만 지난 하반기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업황이 반등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재고 가치가 다시 높아지면서 쌓아놨던 재고 가격이 올랐다. 시황 회복에 따라 순실현가치가 오르면서 재고평가 충당금이 환입돼 금액상으로는 재고자산 규모가 늘어났다.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재고평가 충당금은 3조9995억원이다. 대부분의 충당금이 메모리에서 발생한 것임을 고려하면 DS 부문의 재고자산 규모는 28조원 수준으로 오히려 지난해 말보다 줄어들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김재준 부사장도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발표에 이어 진행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D램과 낸드 모두 판매량 및 생산량을 상회함에 따라 재고 수준은 모두 전 분기(1분기) 대비 추가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실제 재고가 줄었다. 14일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재고 자산은 약 13조354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평가 전 금액인 14조4869억원에서 재고평가 충당금(1조1319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상반기 말 재고 자산이 16조420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속해서 재고를 줄여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업황 회복의 영향이다.
SK하이닉스 김우현 담당은 지난달 25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당사의 D램 판매량이 가이던스를 상회했고, D램과 낸드플래시의 판매량이 생산량을 상회하는 상황이 지속함에 따라 2분기 말 당사의 완제품 재고 수준은 전 분기(1분기) 말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D램과 낸드 가격 상승세로 2분기에 약 3천억원 수준의 재고평가 충당금의 환입이 있었다"며 "가격 환경이 계속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운턴(하락국면)에 인식한 충당금 대부분이 환입된 만큼 추가 환입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설비투자액의 경우 삼성전자 DS부문은 올해 상반기 19조5706억원을 집행했다. 전년 동기(23조2473억원)와 비교하면 줄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설비투자액을 2조7140억원에서 5조9670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렸다.
한편, 삼성전자의 주요 매출처(알파벳순)에는 애플, 도이치텔레콤, 홍콩 테크트로닉스, 수프림 일렉트로닉스, 버라이즌으로 집계됐다. 5대 매출처가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다.
지난해 말까지 주요 매출처였던 미국 가전 유통업체 베스트바이와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은 빠지고, 올해 상반기 중국계 반도체 유통기업인 홍콩 테크트로닉스와 대만 반도체 유통기업 수프림 일렉트로닉스가 재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