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2차 청문회'에서 야당은 탄핵소추안 통과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공영방송(KBS·MBC) 이사 선임 의결 경위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이날 오후 청문회에 출석한 이 위원장을 상대로 지난달 31일 진행된 의결 경위를 추궁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현재 국회 탄핵 소추로 직무 정지 중"이라며 "이에 직무 관련 말씀은 드릴 수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에 이 의원이 "(답변을 하지 않을 것이면) 여기에 왜 나왔느냐"고 따져 묻자, 이 위원장은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고 재차 반박했다.
이후 이 위원장은 "(국회에 출석해서) 느끼는 것이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몇몇 동물들은 더 평등하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며 "저는 탄핵 심판 중인데 (야당이) 저를 증인으로 불렀다"고 말했다. 권위주의 정권의 독재 과정을 비판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의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청문회에 불려왔을 뿐 야당이 원하는 대답을 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 시 '윗선의 오더(명령)'가 있었느냐는 야당의 질의에도 "굉장히 모욕적"이라며 "(탄핵 소추 없이) 위원장 자격으로 나왔다면 답변 드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자신에 대한 야당의 탄핵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여기가 동물농장이냐. 여기 동물농장이 아니고 국회"라며 자신들을 동물농장의 등장 인물에 비유한 것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 위원장은 '직무 정지 상태에서 국회에 출석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방통위의) 과장급 인사까지 불려 나와서 (자신들이) 답변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 비유를 하자면 고문 받듯이 하는(질문을 받는) 것을 봤다"고 답했다. 방통위원장으로서 방통위 직원들이 고생을 하는 모습을 밖에서만 지켜볼 수 없었다는 취지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과방위원들도 밤잠을 못 자면서 자료를 준비해 질문하고, (과방위 청문회 과정을) 전 국민이 다 봤는데 이게 무슨 고문인가"라며 과방위 상황을 "고문이라는 단어, 동물농장에 비유하는 것이 정상이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