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될 日대지진, '엔캐리 청산' 쓰나미 증시 덮친다

난카이 해곡 대지진, 40년내 발생 가능성 90%
오사카·도쿄 등 대도시 영향권…피해규모 2천억 추산
1995년·2011년 대지진 때 엔캐리 청산 발생
최근 증시조정에도 영향…"지진, 금융시장에 충격"

난카이 해곡 지진 연관성 설명하는 日기상청. 연합뉴스

일본의 대지진 발생 우려가 현실화하면 이달 초 글로벌 증시를 흔든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8일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 지진이 발생하자 사상 처음으로 '난카이 해곡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발표했다. 이날 지진으로 일주일 안에 대지진 발생확률이 기존 0.1%에서 0.5%로 커졌다고 판단해서다.
 
이번 거대 지진 주의는 15일 오후 5시 해제됐지만, 대지진 발생 우려는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10년 안에 발생할 확률 30%, 30년 내 발생할 확률 70~80%, 40년 내 발생할 확률 90%로 보고 있다.
 
난카이 해곡은 일본 인구와 GDP(국내총생산)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오사카와 나고야, 도쿄 등 대도시가 위치한 곳이다. 따라서 대지진이 발생하면 최악의 경우 사망자 32만명, 최대 34m 높이의 쓰나미 발생 등으로 경제적 피해가 220조 3천억엔(약 20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국가 예산의 2배가 넘는 규모이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액의 11배 이상이다.
 
이 같은 대지진이 나타나면, 대규모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험사 등 금융권이 피해복구를 위해 해외 자산을 팔고 일본으로 회수하기 때문이다.
 
실제 1995년 한신 대지진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엔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했는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995년 1월 고베시 등을 강타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해 6300여명이 숨지고 1000억달러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엔달러 환율은 99엔에서 한때 80엔 아래로 내려가며 약 20% 하락했다. 니케이225 지수도 고점 대비 저점 기준 27% 폭락했다.
 
2011년 3월에는 태평양 연안에서 규모 9의 지진으로 약 2만명이 사망하고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등이 일어났다. 이때 엔달러 환율은 연초 83엔에서 76엔으로 떨어지며 한신 대지진 당시의 역사상 최저점을 새로 썼다. 니케이225 지수는 23.6% 떨어졌다.
 
최근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 속에 기준금리를 일본이 인상하고, 미국의 인하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발생해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고점 대비 최대 17.6% 빠졌고 니케이225는 26.6%, S&P500은 9.7% 등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도 162엔에서 141엔으로 13% 내려갔다.
 
시장은 정확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규모를 집계하기 어렵지만, 이번 주가 폭락 때 엔화 숏(하락) 포지션에 베팅한 투기성 자금이 약 60% 청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 이 자금이 약 40% 남았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일본과 금리차가 좁혀지는 만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추가 발생 가능성이 남았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 김영빈 책임연구원은 "최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엔화 및 일본 경제가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동일본 대지진 때와 달리 미국 경기가 둔화할 우려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글로벌 공급망 차질에 대한 우려를 시장이 심각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