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에서 역대 최다 금메달에 2위 메달 수확이라는 값진 성과를 낸 대한민국 선수단. 폐회식을 마치고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7개 종목 선수단 및 본부 임원진 등 50여 명의 본진이 금의환향했다.
이번 대회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역대 최소인 144명 선수단이 출전했다. 단체 구기 종목이 대거 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한 영향이 컸다. 전력 면에서도 약세가 예상돼 파리 대회 목표를 금메달 5개, 종합 15위로 잡았다.
하지만 세계 최강 양궁이 금메달 5개를 휩쓸고, 사격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등 선전했다. 펜싱에서도 남자 사브르 단체전과 개인전까지 2개의 금메달을 추가했다. 이외에 태권도에서 금빛 발차기가 2번 터졌고, 배드민턴에서도 28년 만의 단식 금메달이 나왔다. 일본 등 해외 언론에서도 놀란 역대급 성적이었다.
이날 선수단 본진의 귀국 현장에는 수백 명의 환영 인파가 몰려 눈부신 성과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선수들은 환호 속에 입국장에 들어섰고, 일부 선수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현장 취재진과 팬들을 찍으며 흥겨운 분위기는 고조됐다.
그러나 잔치는 오래가지 못했다. 당초 선수단이 공항 제2터미널 안에 준비된 환영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선수단의 피로를 이유로 체육회가 환영 행사 불참을 선언한 것.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장재근 촌장이 취재진에게 "짐도 너무 많고 장시간 비행으로 (선수들이) 너무 지쳐 있는 것 같다"면서 "제대로 행사를 못 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선수들은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과 장미란 제2차관은 환영 행사에 참석해 선수단을 격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체육회의 갑작스러운 불참에 유 장관과 장 차관은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다만 이 회장은 입국 현장에서 진행된 약식 인터뷰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이 회장은 "피나는 노력과 투혼으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선수단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면서 "우리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과 성취는 올여름 무더위에 지친 우리 국민 여러분께 스포츠를 통한 즐거움은 물론 큰 용기와 희망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는 앞으로도 우리 선수들을 최우선으로 할 것입니다"면서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하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고 강조했다. 입국장에서 유 장관과 악수를 나눈 이 회장은 이후 총총히 공항을 빠져 나갔다.
이런 혼선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달랐다. 문체부는 "체육회가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는데 체육회 측에서는 문체부에서 따로 해단식과 관련해 들은 바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 체육을 주도하는 두 단체 사이의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난 모양새다. 올림픽에 앞서 유 장관은 "체육회 중심의 체육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체육회를 건너뛰고 종목 단체와 지방 체육회에 예산을 직접 교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체부는 또 이 회장을 포함해 체육 단체장의 임기 제한을 없앤 체육회 정관 개정 승인 요청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체육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체육회 이사회에서 강하게 유 장관에 대해 비판했고, 대한체육회경기단체연합회도 올림픽에 앞서 유 장관이 체육계 분열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파리올림픽 최대 이슈가 된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삼성생명)에 대한 입장도 다르다. 이 회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쪽을 두둔하는 내용의 발언을 내놨지만 문체부는 협회 행정의 문제점에 대한 조사 내용을 발표도 하기 전에 언론에 흘리며 협회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올해는 이 회장을 비롯한 각 종목 단체 회장들의 선거가 열린다. 한국 체육의 주도권을 놓고 문체부와 체육회의 힘겨루기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