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뉴라이트 인사' 논란이 불거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두고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립기념관뿐만 아니라 보훈·역사 주요 기관에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임명되면서 독립 유공자 단체가 광복절 행사에 불참을 선언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요. 사회부 사건팀 주보배 기자에게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독립 유공자 단체의 입장은 여전한거죠?
[기자]
네, 독립 유공자와 그 후손들이 모인 단체인 광복회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이번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어제도 "공식적인 행동이 있어야 정부를 믿을 수 있다"며 사실상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재차 촉구했습니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유공단체들은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 대신 자체 기념식을 갖는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다 같이 기념해야 할 광복절 경축식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상황인데, 이대로라면 독립 유공자들이 불참하는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이런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이유는 뭔가요?
[기자]
윤석열 정부가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로 지목되거나 관련 논란이 있는 인사들을 주요 기관 요직에 임명하면서 반발이 거세진 겁니다.
'일제의 식민지배가 한반도를 발전시켰다'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 등 친일 사관을 내비쳐 온 인사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역사, 보훈 기관 주요 자리를 꿰차다보니 그에 따른 반작용이 심각한 건데요. 특히 신임 독립기념관장에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된 김형석 교수가 임명되면서 독립유공단체들의 반발은 극에 달한 상태입니다.
[앵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취임 첫날부터 논란이 되는 발언을 쏟아냈죠?
[기자]
네. 김 관장은 닷새 전 취임하자마자 친일인명사전을 손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일제에 협력한 인물 4천여 명의 친일 행위와 광복 후 행적을 담은 이 친일인명사전에 오류가 많다면서 "억울하게 친일 인사로 매도되는 분들이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 건데요.
김 관장에 앞서 독립기념관 이사엔 박이택 낙성대경제연구소장이 임명됐는데 낙성대경제연구소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핵심 단체로 통하는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제의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해 역사학계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책이죠. 반일종족주의의 공동저자인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3대 역사기관 가운데 한 곳인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친일 논란 인사 임명이 의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윱니다.
[앵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은 자신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죠?
[기자]
네, 김 관장은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이라고 하는 건 역사를 모르는 것이고, 1948년 8월 15일에 진정한 광복이 있었다는 취지의 말은 하면서도 자신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억울하다고 말했는데 한 번 들어보시죠.
[인서트]
제가 영문을 모른 채 갑작스럽게 뉴라이트가 되어졌습니다. 뉴라이트 활동을 했던 행적도 없고.
[앵커]
사실 뉴라이트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잖아요. 뉴라이트는 계속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제정하자고 주장하는데 어떤 의도가 있는 건가요?
[기자]
다수의 뉴라이트 인사들은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기념하자고 주장하는데, 앞서 말씀드렸던대로 김형석 관장도 비슷한 취지의 말을 했죠.
역사적으로 1919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졌고, 우리나라 헌법, 심지어 이승만 정부 때 제헌헌법에서도 1919년 건국을 인정하고 있는데도 유독 뉴라이트는 1948년 건국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역사학계는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 배경 '친일 행위 지우기'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공로를 드높이면서 동시에 일제에 부역한 친일 행위를 지우려고 한다는 것이죠. 역사학자 박한용 교수 설명 들어보시죠.
[인서트]
대한민국은 일제 시대가 아니라 해방 이후 3년 동안의 건국투쟁을 통해서 만들어진 나라라는 걸
이야기하는 게 건국절의 본질이에요. 그렇게 되면 어떻게 돼요? 건국 주체가 독립운동가가 아니라는 얘기가 되잖아요. 친일파로 돼 있는 사람을 건국 공로자로 다시 서훈 주자는 프로젝트예요.
[앵커]
윤석열 정부는 독립운동가 지우기 논란도 빚었었죠?
[기자]
윤석열 정부는 작년 8월 육군사관학교에 있던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겠다고 밝혀 이미 한 차례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정부는 홍 장군이 1920년대 소련에서 활동했고 공산당에도 입당한 이력을 문제 삼았는데 당시 항일 무장 투쟁 대부분이 소련 영내에서 이뤄져 협력이 필요했고 또 소련이 약소민족, 식민지배 민족을 돕고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간과한 판단이었다는 비판을 받았죠.
역사학계는 이 역시 홍범도 장군과 같은 항일 무장 독립운동가들을 지우고, 그 자리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새기려는 뉴라이트식 의도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주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