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AI 열풍' 불지만…"AI 커리큘럼 복사+붙여넣기?"

4년새 AI 학과·학부 신설 17배↑
고려대, AI 교양 필수 과목 신설
이화여대, AI 과목 2023년 대비 53% 증가
산업계 "업계에서 유능한 인재가 될 수 있나?"
획일적인 커리큘럼·이공계 과도하게 치중 문제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국내 대학들도 발 빠르게 관련 학과와 학부를 신설해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는 현장에 발맞출 수 있는 다양한 AI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AI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AI 열풍' 따라 대학가에 늘어난 'AI 학과·학부'

대학가에 'AI 열풍'이 처음 불기 시작한 건 2020학년도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붐을 일으키면서다. 당시 가천대, 경일대를 비롯해 전국에서 5개 대학이 AI와 관련한 학과 및 학부를 신설해 AI 인재를 선발하기 시작했다. 2021학년도에는 1년 만에 7배에 달하는 36개 대학이 AI 관련 학과·학부를 신설했고, 2022학년도에는 그 수가 48개로 늘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바람까지 불면서 'AI 열풍'은 그야말로 최고조를 이루고 있다. 4년이 지난 2024학년도에는 86개 대학이 AI 인재를 선발했다. 무려 4년 만에 20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학교별 교육편제단위 정보'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전국 86개 대학의 AI 관련 학과·학부는 120여 개에 달한다.
 
서울 주요 대학을 살펴본 결과, 가장 두드러지게 AI와 관련된 강의가 늘었던 고려대는 AI 관련 과목이 2023년도 19개에서 2024년도에는 31개로 60% 증가했다. 오는 2024년도 2학기에는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이라는 교양 필수 과목이 신설된다. 이화여대의 경우도 2023년도 대비 53% 증가해, 2024년도 AI 관련 강의는 23개에 달한다.
 

AI 인재 양성 대폭 늘고 있지만…산업계 "글쎄?"

연합뉴스

대학에서 AI 인재를 대폭 양성하고 있지만 산업 현장과는 거리가 먼 방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순식간에 성장하는 AI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들도 발빠르게 움직였지만, 근본적인 진단 없이 '인기몰이'를 위해 관련 학과·학부를 마구잡이식으로 도입했다는 문제 제기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업계에서 필요한 인재는 엔진을 만드는 사람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대학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AI를 잘 활용하는 쪽이 많다"면서 "실제 엔진을 만들고 모델을 학습해 보고 제공하는 경험과 관심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별로 AI 관련 학과·학부가 제공하는 강의 커리큘럼이 획일적이어서, 다양한 산업에 진출할 수 있는 인재가 나오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A 학교에 있는 AI 강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B 학교에서 차용하고 또 다른 학교에서 그 커리큘럼을 또 가져다 쓴다"면서 "이런 현실을 보면 실제로 특성화한 학과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공계열에만 치중된 인력 양성도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 관련 산업이 다방면으로 확대되면서 이에 맞는 다양한 인재가 필요하지만, 2024년 기준 AI 관련 학과·학부가 있는 대학 86개 중 인문계·예체능계열의 AI 학과·학부가 있는 곳은 11곳으로, 12% 수준이다. 교양 수업으로 AI 강의를 제공하지만 역부족이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원 교수는 "의료와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서비스가 접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분야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AI 개요의 전반을 이해했다고 해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는 없다"면서 "AI 학과라고 하면 미래지향적으로 보이지만 뚜껑을 열면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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