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법정 놀이를 하다 과거 숨겨진 죄가 밝혀진다면.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Die Panne)'가 연극 무대 위에 오른다.
세종문화회관은 12일 서울시극단의 하반기 첫 작품으로 소설 사고를 원작으로 한 '트랩'이 오는 9월 27일부터 10월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선보인다고 밝혔다.
연극 '트랩'은 우연히 벌어진 모의재판에서 인간의 숨은 죄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 트랍스(김명기)는 출장길에 자동차 사고로 우연히 조용한 시골마을의 한 집에 묵게 된다. 이 집 주인(남명렬)은 퇴직한 판사로 재판놀이를 하며 삶의 활력을 찾는 인물이다.
그는 과거 검사(강신구), 변호사(김신기), 사형집행관(손성호)이었던 친구들을 소개하며 트랍스에게 모의법정 놀이에 함께할 것을 제안한다.
트랍스는 피고로 참여하게 되고 신문 과정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그의 과거 행적이 드러난다.
이번 작품은 '육쌍둥이', '슈미' 등을 연출하고 '새들의 무덤'으로 제45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하수민 연출이 맡았다. 또 관객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느낌을 체감을 할 수 있도록 남경식 무대디자이너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수민 연출은 "'트랩'은 작품의 제목이 뜻하는 '사고'처럼 작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우연한 '사고'들을 다루지만, 그 속에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찰과 관점, 삶에 대한 진지한 철학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액자 속 연극이 아니라 관객이 마치 배심원이 되어 모의재판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은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죄를 짓는다"며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설득의 과정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냉혹하다"라고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트랩을 원작으로 한 소설 '사고'는 과거 극작가로 독일어권 극문학을 주도한 스위스 출신 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1921~1990)의 단편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자본주의 시대 속 경쟁자의 몰락을 '성공'으로 비추는 부조리한 현실을 꼬집는다. '사고'는 방송극과 소설이 각각 1956년에 발표됐고, 1979년 희곡으로 출간됐다.
연극 '트랩'은 세종문화회관 및 서울시극단 공식 SNS를 통해 공연에 대한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