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가 해운대해수욕장 피서용품 대여 수익 투명화를 위해 올해부터 결제 시스템을 민간 위탁 방식이 아닌 구청 직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현장에서는 대여소와 매표소 간 이동 문제나 여전한 현금 결제 문제도 불거지고 있어 완전히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평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입구. '파라솔 매표소'라고 적힌 안내 부스 앞에 수영복 차림의 피서객들이 튜브와 선베드 등 각종 피서용품을 빌리기 위해 줄을 섰다.
매표소 안 키오스크를 통해 원하는 피서용품을 선택한 후 결제하자 QR코드와 용품 수량이 적힌 영수증이 출력됐다. 피서객들은 영수증을 들고 대여소로 향했다.
대여소에서는 직원들이 리더기로 부지런히 QR코드를 찍으며 피서용품을 내주고 있었다.
한 외국인이 튜브를 가리키며 현금을 건네자 대여업자는 곤란해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현금을 받았다. 매표소를 거치지 않고 대여 업자에게 직접 용품을 빌릴 수 있지만, 이 경우 현금은 쓸 수 없고 카드만 가능하다.
이처럼 다소 생소한 풍경이 펼쳐진 건 올해부터 피서용품 대여 결제 시스템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년간 수익금 축소 신고 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해운대구는 올해부터 피서용품 대여 결제 시스템을 민간업체에 위탁하지 않고 구 직영으로 전환했다.
해운대구는 결제부터 매출 정산까지 과정을 직접 관리하기 위해 예산 1억 7천만 원을 들여 키오스크를 마련했다. 피서객들은 키오스크를 이용해 대여료를 직접 결제할 수 있다.
키오스크는 매표소 2곳을 비롯해 샤워·탈의실까지 모두 6군데 설치돼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고 카드와 현금 결제 모두 가능하다.
새로 도입된 시스템을 이용해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여러 반응이 나왔다. 대체로 편리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대구에서 온 이광호(52·남)씨는 "대여소에서도 결제할 수 있는 건 아는데 새롭게 매표소를 이용해봤다. 현금보다 카드가 저렴해 카드로 결제했다"며 "영수증을 갖고 가면 알아서 피서용품으로 바꿔주니 편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권주희(45·여)씨는 "키오스크 사용은 편리했다. 다만 해마다 결제 방식이 바뀌니까 좀 우왕좌왕하게 되는 건 있다"면서 "매표소 설치된 장소가 적다는 생각도 든다. 내년에는 매표소 수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여소 위탁 운영을 맡은 봉사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각종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대여업자 A씨는 "사람들이 매표소와 가까운 대여소를 주로 이용하다 보니 가까울수록 수익이 많이 난다. 매표소와 비교적 먼 거리에 있다 보니 아직 청소비와 인건비도 못 챙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외국인 손님들은 대부분 현금을 사용한다. 수익 투명화 때문에 현금을 받으면 안 되지만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운 만큼 현금을 받은 후 매표소에 가서 직접 영수증을 끊고 있다"며 "파라솔 자리를 안내하랴 멀리 떨어진 매표소를 오가랴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매표소 바로 옆 대여소 직원 B씨는 "이전에 비해 현금 사용도 줄고 수익 관리는 엄청 투명해졌다"면서도 "대여소로 바로 와서 결제하는 사람과 종이 영수증을 들고 오는 사람을 이중으로 상대하는 게 번거롭긴 하다"고 말했다.
해운대구는 올해 운영과정에서 접수된 각종 불편사항을 종합해 내년부터 관련 내용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내년부터는 매표소와 대여소를 오가지 않도록 대여소마다 키오스크가 설치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대여소간 형평성 문제는 저절로 해소될 거라는 게 구청 설명이다.
또 온라인 예약 사이트를 개설해 종이 영수증을 출력하지 않고 휴대전화 화면으로 바로 QR코드를 스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할 방침이다.
카드 사용 시 적용되던 할인 혜택은 올해를 끝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결제 시스템을 구청 직영으로 운영하기로 한 만큼 현금 사용을 줄이는 게 크게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피서용품 대여 수익의 경우 구에서 15%의 수수료를 받은 뒤 추후 시설 개선과 프로그램 마련 등에 사용한다.
해운대 관광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올해는 시범적으로 운영을 해본다고 매표소와 대여소로 결제를 이원화해뒀는데 내년에는 전체를 키오스크 결제로 확대해 시행할 예정이다. 이외 불편사항도 접수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