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정(고양시청)이 한국 역도의 자존심과 희망을 동시에 들어올렸다.
박혜정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kg 이상급 경기에 출전해 인상 131kg, 용상 168kg, 합계 299kg를 들어올려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한국 기록을 갈아치우며 은메달을 수확했다.
이로써 박혜정은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최중량급에서 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됐다. 장미란은 2004 아테네 대회 은메달, 2008 베이징 대회 금메달, 2012 런던 대회 동메달리스트다.
한국 역도 전체로 보면 2016 리우 대회 여자 53kg급에서 동메달을 딴 윤진희 이후 8년 만의 올림픽 메달이다.
금메달은 인상 136kg, 용상 173kg, 합계 309kg를 기록한 리원원(중국)이 차지했다. 세계 기록을 보유한 리원원은 이 체급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고 올림픽 무대도 제패했다. 박혜정의 위상 역시 대회 전부터 굳건했다. 리원원의 기록에는 못 미치지만 이 체급의 절대적인 2인자다.
박혜정은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리원원이 부상을 당했거나 결장한 대회에서는 늘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혜정과 리원원은 인상 1차 시기에서 모두 120kg 이상을 신청했다. 그보다 낮은 무게를 신청한 선수들의 경기가 3차 시기까지 모두 끝나야 그들의 차례가 온다. 용상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혜정은 1차 시기에서 123kg, 2차 시기에서 127kg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리원원은 1차 시기에서 130kg를 기록했다. 이때부터 두 선수만의 레이스가 펼쳐졌다. 박혜정이 3차 시기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1kg 많은 131kg에 도전해 성공했다. 그러자 리원원은 2차 시기에서 무게를 136kg으로 늘렸다. 3차 시기는 도전하지 않았다.
인상에서는 136kg를 든 리원원이 1위, 131kg를 기록한 박혜정이 2위, 126kg를 들어올린 영국의 에밀리 캠밸이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박혜정은 힘이 넘쳤다. 용상 1차 시기에서 163kg을 가볍게 들었다. 2차 시기에서는 168kg를 들어올렸다. 2차 시기만으로 인상과 용상 합계 299kg을 기록해 올림픽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이자 한국 기록을 넘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종전 기록은 올해 4월 역도 월드컵에서 기록한 합계 296kg이었다.
박혜정은 2차 시기를 마친 후 3위와 격차를 크게 벌려 사실상 은메달을 확정했다. 3차 시기에서 173kg에 실패했지만 순위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우승은 용상 173kg를 들어올려 합계 309kg을 기록한 리원원이 차지했다.
리원원은 이미 우승이 확정된 상황에서 3차 시기에 도전하지 않는 대신 경기장에 나와 코치와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며 금메달의 감격을 나눴다. 동메달은 합계 288kg을 들어올린 캠벨이 가져갔다.
박혜정은 이번이 첫 올림픽 출전이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올림픽 메달을 바치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파리 땅을 밟았다. 마침내 해냈다. 파리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2003년에 태어난 박혜정은 파리 올림픽에서 차지한 값진 메달과 경험을 바탕으로 4년 뒤 LA 올림픽을 바라본다. 박혜정은 한국 역도의 자존심이자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