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 후보자로 심우정(사법연수원 26기) 법무부 차관을 11일 지명했다. 검찰 내 신망이 두텁다고 평가받는 심 후보자가 내정되면서 검찰 '조직 안정화'에 방점을 둔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제46대 검찰총장 후보자로 심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향후 안정적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고 헌법과 법치주의 수호, 국민 보호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무, 검찰 주요 분야에서 타고난 역량을 발휘했고, 합리적 리더십으로 검찰 구성원들의 신망이 두텁다"며 "형사정책, 검찰 제도에 대한 높은 식견과 법치주의 확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라고 평가했다.
심 후보자는 합리적인 스타일로 조직 내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심 후보자를 지명한 것을 두고 검찰 조직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적임자라는 해석이 나온다.
심 후보자는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그는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과 법무부 검찰국 형사기획과장·검찰과장, 대검 과학수사기획관 등 검찰을 지휘·감독하거나 법무 정책을 수립하는 요직을 거쳤다.
'기획통' 검사는 조직 관리 경험이 많고 검찰 안팎과 소통하는 데 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앞서 검찰총장 추천위원회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임관혁(26기) 서울고검장, 신자용(28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이진동(28기) 대구고검장은 정치·권력 비리에 대한 수사 경험이 많은 '특수통'으로 평가받았다.
검찰은 최근 조직 안팎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수사 과정에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 내홍을 겪었을 뿐 아니라 야당을 중심으로 검사 탄핵까지 추진되는 상황이다.
심 후보자가 총장이 된다면, 대통령실과의 소통이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심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형사1부장검사로 근무하며 윤 대통령과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다.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진경준 전 검사장의 주식 특혜 의혹을 수사했다.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도 인연이 있다. 심 후보자가 법무부 검찰과장이던 2014년 김 수석은 직속상관인 검찰국장이었다. 심 후보자 지명은 정권 중반기로 접어들면서 대통령실이 검찰 조직 안정에 무게 중심을 뒀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심 후보자와 근무 인연이 있는 한 검찰 간부는 "위, 아래 싫어하는 사람이 없고 언젠가는 총장 할 인물로 평가받아 왔다"며 "민감한 사건들에서 용산 입장을 고려해 가면서 검찰 (조직도) 수긍할 수 있는 최선의 결론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심 후보자는 후보자 지명 이후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질문에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한 검찰총장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며 "검찰총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시기에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검찰총장으로 취임한다면 검찰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사명과 역할을 다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검찰 구성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충남 공주 출신인 그는 서울 휘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7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2000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사법연수원 26기로 이원석 현 검찰총장보다는 한 기수 선배다.
문재인 정부였던 2019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서울고검 차장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동부지검장, 인천지검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9월 고검장급인 대검 차장검사로 승진 발령됐고, 올해 1월에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심 후보자는 충남지사 등을 지낸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의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