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부터 '12·12'까지…韓현대사 변곡점 다룬 영화 셋

영화 '남산의 부장들' '행복의 나라' '서울의 봄' 포스터. ㈜쇼박스, NEW,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10·26 사건부터 12·12 군사반란까지 현대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 역사적인 사건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부터 '서울의 봄' 그리고 오는 14일 개봉하는 '행복의 나라'는 10·26 사건의 발단부터 12·12 군사반란 속 그동안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던 역사적인 사건의 이면, 조명되지 않았던 인물들을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관객들 앞에 펼쳐놨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역사를 다시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현대사를 재정의하고,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10·26 사건과 12·12 군사반란의 연결고리를 이어볼 수 있는 현대사 영화 3편을 정리해 봤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컷. ㈜쇼박스 제공
 

10·26 사건이 벌어지기까지…'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2020)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대통령 암살 사건을 벌이기 전 40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동아일보 기자 출신 김충식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김규평이 박통 저격 살해 후 육군본부로 향하며 마무리된다.
 
이병헌이 김재규(제8대 중앙정보부장으로,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 안전 가옥에서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대통령경호실장을 권총으로 저격)를 모티프로 한 김규평을, 이성민이 박정희 대통령을 모티프로 한 박통을, 곽도원은 김형욱(제4대 중앙정보부장)을 모티프로 한 박용각을, 이희준이 차지철(제3대 대통령경호실장)을 모티프로 한 곽상천을 연기했다.
 
우민호 감독은 2000년 1월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때는 동지들이었던 군인들이 왜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인물의 어떤 내면과 감정을 따라가면서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역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어떤 개인들 간의 관계 그리고 감정, 거기에서 오는 균열과 파열에서부터 10·26이 시작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들의 파열음과 균열로 시작해서 한국 근현대사에 큰 변곡점이 됐던 10·26이라는 사건이 벌어진 거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그들의 내면과 감정을 쫓아가서 만들어보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행복의 나라' 스틸컷. NEW 제공

10·26 사건 재판은 어떻게 흘러갔나…'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 2024)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그동안 10·26 사건의 중심인물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아니라 박흥주 대령과 그의 변호인을 중심으로 당시 사회를 보여준다. 조정석은 변호인 정인후 역을, 고(故) 이선균은 박흥주 대령(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수행비서관)을 모티프로 한 박태주 대령을, 유재명은 전두환씨를 모티프로 한 전상두를 연기했다.
 
'역사가 스포'라는 말처럼, '행복의 나라' 결말은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추창민 감독은 제목 속 역설적인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추 감독은 "누구든, 어떤 삶을 살든 행복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시대를 불문하고 우리는 항상 더 좋은 행복의 나라를 꿈꾼다. 지금이 행복하다기보다는 미래가 행복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지었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10·26 지나 12·12 군사반란의 그날…'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2023)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로, 군사 반란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9시간 동안 벌어진 현대사의 빈틈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영화는 반란군과 진압군의 대립을 큰 축으로 놓고, 신군부의 핵심인 전두광(황정민·실제 인물 전두환)과 진압군의 핵심인 이태신(정우성·실제 인물 장태완)을 중심으로 그 대결과 공방을 영화적으로 더 두드러지게 묘사했다. 김성수 감독은 전두광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미화되거나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지 않으려 했다.
 
신군부 세력이 '승리'라 자축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엔딩으로 한 것을 두고 김 감독은 "그 사진은 그들에게 승리의 기록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웠으면 다 모여서 진용을 갖추고 기념사진을 찍었겠나. 그러나 그걸 본 관객들은 그 사람들에게 박수 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그때(1979년 12월 12일) 느꼈던 수수께끼처럼, (관객들도) 역사적인 호기심을 갖고 그 사진 속 이야기로 돌아갈 거다. 그렇게 진짜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 각자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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