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결성할 때만 해도 "가벼운" 마음이었다. 4인조로 시작한 '치즈'(CHEEZE)는 각기 다른 치즈의 풍미처럼 다양한 매력의 어반 팝 스타일을 추구하며 직접 만든 곡을 노래했다. 팀 멤버였던 구름이 솔로 활동을 위해 탈퇴하면서 치즈는 2017년 달총 1인 그룹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달총은 '치즈다움'에 관한 고민이 깊어졌다. 타인의 말에 흔들리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치즈'라는 브랜드는 포기하지 않았고 이 부분은 "후회는 절대 안" 한다고.
무드밍글이라는 새로운 레이블을 만들고 대표를 맡은 치즈 달총이 '불꽃, 놀이'라는 신곡을 냈다. 신곡 발매 나흘 전인 지난 5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취재진을 만난 달총은, 홀로서기를 한 만큼 모든 일에 더 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불꽃, 놀이'는 7월 발매한 '우릴 머금던 바다' 이후 한 달 만에 나오는 '초고속 신곡'이다. 보사노바 기반에 미니멀한 힙합 비트가 섞인 곡으로 달총 특유의 음색이 돋보이는 노래다. '사랑 노래이지만 사랑 노래가 아닌' 곡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치즈 음악과는 뭐, 많이 다르진 않지만 조금 더 무게를 둔 곡"이라는 달총은 "보통은 곡을 쓸 때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래도 라이트한 느낌으로 쓰려고 많이 했다. 이번 곡은 그래도 조금 더 가사에 심오한 뜻도 좀 있고 거의 처음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나오게 된 거 같다. 전에 만들던 곡들과는 조금 무거운 진중한 그런 느낌에 속해 있다"라고 소개했다.
'사랑 노래이지만 사랑 노래가 아닌' 것은 어떤 의미일까. "청량한 밴드 사운드에 기타도 시원하게 나오는 트랙"을 원래 쓰고 있던 달총은 "가사가 생각보다 슬프게 나와서" 곡의 방향을 조금 바꾸었다. 여름이라고 해서 너무 막 밝고 신나는 쪽으로만 안 가면 되지 않을까, 하다가 보사노바 장르가 이 곡에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신기한 우연으로, 곡을 함께 작업한 한밤(midnight)이 준 트랙이 마이너 보사노바 장르였다. 달총은 "바닷가 불꽃놀이를 어떻게 사랑 노래로 풀 수 있을까 했다. 사랑 노래지만 제가 처음에 이 곡을 그렸을 때는 사랑하는 연인이 있는데 그 연인이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 있었던 것에 울분과 배신감이 뒤섞이고 집착으로 바뀌는 걸 강렬하게 풀어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달총은 "일단 감정선이 되게 다양한 곡이다. 배신감도 들지만 아직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기도 하고 증오도 있고 너무 내가 작아지기도 하고 슬퍼지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있다 보니까, 노래 녹음할 때 어느 부분에서는 짜증 내는 듯한 기술적인 디테일 같은 것도 신경 쓰려고 했다. 가사 스토리에 신경을 많이 쓴 거 같다"라고 전했다.
'불꽃, 놀이'라는 제목에 '쉼표'(,)가 쓰인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콤마(,)가 있는 건 불꽃은 어쨌든 확 붙고 확 사라지는 느낌을 주고 싶었고 알고 보니 그 사람한테는 내가 놀이였던 거다. 불장난 같은 느낌으로 의미가 다른 두 사람의 관계성을 이 노래에서 그려나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뮤직비디오를 "약간 정신 나간 것처럼 의도"한 이유도 그래서다. 달총은 연인에게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 있었고, 거기에 대한 울분, 배신, 복수심, 집착을 다 넣고 그게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뮤직비디오 감독에게 전했다. 바로 전작인 '우릴 머금던 바다' 뮤직비디오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마음'이 귤로 표현되는데, 상대가 준 건 '감귤 키링', 즉 '가짜 귤'이라는 점 등 재미있는 요소가 곳곳에 숨어있다.
배우 지예은의 출연 계기로는 "평소 너무 재미있게 보고, 눈여겨보고 있었다"라며 "대외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굉장히 밝고 엉뚱한 모습도 있지만, 만약 배우로서 이런 역할을 한다면 반전이 확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안을 드렸다. 너무 감사하게도 흔쾌히 한다고 해 주셨다"라고 답했다. 달총은 "이미지 반전이 '불꽃, 놀이'에서 너무 잘 나온 거 같아서 약간 개인적으로는 만족도가 조금 크다"라고 덧붙였다.
달총 본인도 뮤직비디오에 나온다. 소감이 궁금했다. 달총은 "제가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피를 묻힌다는 건 생각 못 했는데 시놉(시스) 받고 뭔가 웃기지만 '이거 잘하고 싶은데?' 생각했다. 되게 작은 신이지만 (참고할 것을) 막 찾아보기도 하고, 눈물 나오게 하는 티어스틱도 준비했다"라며 "제가 퇴근을 좋아해서 한 방에 끝내고 얼른 가고 싶어가지고 들어가기 전에 각오했다. 감사하게도 한 방에 끝냈다"라고 웃었다.
최근 치즈가 맞은 가장 큰 변화는 달총이 새로운 레이블의 대표가 됐다는 점이다. 달총은 "매직스트로베리랑 같이 일한 게 7~8년 정도 되는데 회사에 있으면서 진짜 하고 싶은 것도 다 하고 너무 도움도 많이 받았다. 매일 보던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까 제가 제 '치즈'라는 브랜드를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기더라. 어느 정도 길이 정해져 있고, 저는 음악만 만들어 가면 다른 건 그분들이 가이드 짜 주는 게 많다 보니까 제가 스스로 뭔가 하고 싶은 것도 잘 생각이 안 나서 새로운 도전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모았고, 앞으로 치즈로서 무엇을 하고 싶고 할 수 있는지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일하는 환경이 달라진 소감은 어떨까. 달총은 "일단 지금까지는 되게 재밌는 것 같다"라며 "지금은 제가 대표라서 제가 하고 싶은 걸 온전히 할 수 있는 것도 좋은 거 같고 제가 안 움직이면 되는 게 없다 보니까 저도 하고 싶은 걸 많이 생각하고 시장 분석도 하게 된다. 이렇게 자의적으로 하는 것 같아서 일단 즐겁다"라고 바라봤다.
"내가 안 하면 망하는 거라서 '나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이 들더라"라고 털어놓은 달총은, 대표가 된 후 새 목표를 정했다. "뭔가 큰 전환점 하나를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그는 "치즈는 그래프가 한 번도 팍 치고 올라간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되게 잔잔하게, 조금 길고 얇게 해 왔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거기서 한 번이라도 강렬하게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앨범이나 곡을 만들고 싶다"라고 부연했다.
지금 치즈는 어떤 부분을 공략해 음악을 하고 있는지 묻자, 달총은 "애매하다고 생각이 드는 게, (치즈 음악이) 친근하기도 하면서 또 너무 쉽진 않다. 친근함과 어려움 그 중간에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서 그 밸런스를 맞추기가 진짜 어렵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장르를 두루두루 좋아하긴 한다. 제가 잘할 수 있는 멜로디에 (장르별) 요소를 넣어가지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장르별로 요소를 가져와 음악을 만드는 스타일에 아쉬움을 느낀 적은 없다는 달총. 그는 "연주자분들이 연주하기 어려워하신다.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해야 해서"라며 "저도 노래하기 빡세서 (스스로) '곡을 왜 이렇게 썼지?' 하기도 한다"라며 웃었다.
부르는 사람은 힘들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편안하게 들리게 하고자 어떤 노력을 하는지 묻자, 달총은 "솔직히 말하면 치즈 노래 중에 어렵지 않은 노래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도 한 곡 한 곡 녹음하는 건 안 힘든데 그걸 라이브로 두 시간 정도 공연할 땐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다. 지금도 발성 레슨받고 있고 분석하는 걸 좋아해서 해부학 쪽으로 찾아보고 있다. 안 빡세게 하는 건 연습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혼자 활동하는 1인 그룹이 되었으나 여전히 달총은 '치즈'다. 물론 그도 '치즈'라는 브랜드를 가져가는 데 버거운 점이 있었다. 팀이었다가 1인 체제가 된 것을 팬들이 서운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달총은 "정말 제가 마음을 다잡고 내도 곡 자체로의 평가가 아니고 누군가의 부재로 인한 평가가 많아서 저도 속상하지만, 같이 곡 쓴 친구에게도 너무 미안했다"라고 고백했다.
달총은 "저도 거기(타인의 평가)에 좀 많이 좌지우지됐던 것 같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치즈라는 이미지는 뭘까. 솔직히 저는 예전부터 똑같이 하고 있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곡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도 아니고, 1집부터 저도 멜로디랑 가사 다 썼다. 당연히 팀 안에 프로듀서가 있었다 보니까 제가 한 역할에 대해서 알려지지 않았던 거 같지만 저는 똑같이 하고 있었으니까…"라고 전했다.
계속 피드백에 흔들릴 수만은 없었다. 달총은 "내가 이제까지 해 왔던 거, 내가 좋아하고 좋게 들리는 걸 내는 게 좋겠다, 이렇게 해서 망해도 내 선택으로 망한 건 그냥 내 책임이니까 괜찮을 것 같은 거다. 그렇게 해서 낸 앨범이 '오늘의 기분' 앨범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오늘의 기분'이 수록된 미니앨범 '아이 캔트 텔 유 에브리싱'(I can't tell you everything)은 2020년 5월 나왔다.
그러면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는데 생각보다 그 결과가 좋아가지고 제 선택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내가 다른 사람 말에 흔들리지 않고 올곧게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이런 결과가 있을 수도 있구나 알게 되며 그 뒤로는 뭔가 자신감이 붙었다"라고 부연했다.
"치즈라는 이름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감이 있는 편이라서… (웃음) 그때는 그 이름을 안 지키면 안 될 거 같았어요. 그때는 너무 많은 분들이 되게 서운해하시고 저도 처음에는 되게 가볍게 라이트하게 시작했지만 점점 이 이름이 가지는 의미가 되게 큰데 갑자기 그렇게 돼 버려서… 이걸 지키고 가는 게 훨씬 더, 누구도 아픈 사람 없이 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한 거죠. 그래서 이 이름을 지키게 됐고 근데 그 이후에 어떤 게 올지는 제가 생각을 안 한 거죠. 어떤 쓴소리가 올지는 예상 못 한 거고.
저는 그 이름을 지켜온 거를 후회는 절대 안 하고 지키는 와중에 여러 가지 고비가 있었지만 저는 최근에 다시 그래도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 혼자 하는 치즈도 '그래도 지금 폼이 좋다' (웃음) 그런 인정을 받은 기분이 있어서 그냥 앞으로는 조금 더 약간 사리지 않고 (웃음) 조금 이제 더 강단 있게, 오히려 쿨하게 좀 더 브랜드를 만들어 가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모든 걸 다 떼고 이 '치즈'라는 하나의 이름을 조금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시간이 걸릴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