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앞두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復權)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술렁이고 있다. 이른바 '비명횡사' 등 총선에서의 공천 논란으로 당내 소수 계파가 된 친문(친문재인)계가 김 전 지사의 복권을 계기로 반등의 계기를 잡을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친문계와 친명(친이재명)계 모두 김 지사의 복권과 정계 복귀 가능성에는 환영하는 모습이다. 대선을 앞두고 리더십에 다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당장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친문'·'친명' 모두 김경수 복권에 '환영'…김두관 "대환영, 다양성·역동성 회복 계기"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전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를 심사했다. 이 가운데 김 전 지사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10명 안팎의 유력 정·관계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민주당 내에서는 김 전 지사가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형사처벌을 받은 일에 대해 온정적인 시각이 다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훌륭한 정치적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는 분인데, 너무 안타깝게 처벌을 받아서 속상하고 억울할 것"이라며 "더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해 갈 수 있는 분인데 도중에 그런 일(드루킹 사건)을 당해서 꺾인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친명계 의원도 "당의 중요한 인재가 정치적 복권이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이재명 전 대표를 적극 견제하고 있는 김두관 후보는 '대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입장문에서 "김 전 지사야말로 정권의 정치탄압 희생양"이라며 그의 복권이 "민주당의 분열이 아니라 민주당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고,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다양한 대선 후보군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집권으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된다"며 "김 후보 입장에서 보면 그간 주장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와 관련된 전당대회 이후의 정치 행보와 관련해서는 "일단은 전당대회에 집중해야 한다"며 "지금 그런 걸 고민하는 순간 이것저것 다른 생각을 하게 돼 스텝이 꼬인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친문' 구심점 될라 '친명'서 견제론?…"쓸데없는 이야기" 선 긋지만 '대선 역할론' 기대감 있어
일각에선 당의 중심 계파가 된 '친명' 세력이 김 전 지사에 대한 견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지사가 '친문' 등 비명계 세력의 구심점이 돼, 이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다만 친문·친명 양측 모두 일단 신중론을 표하고 있다. 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러한 시각에 대해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김 전 지사는 분열 등을 좋아하지 않고, 통합적이며 시대정신에 충실한 분"이라며 "본인이 역할을 하는 큰 흐름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이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런 스타일이다. 분열로 볼 일이 아니며 경쟁을 통한 상호 발전이 가능한 그런 분"이라고 덧붙였다. 현 민주당 내부가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친명계에선 김 전 지사가 '다양성을 갖춘 경쟁 상대'는 될 수 있어도 '위협적인 상대'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해석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재선 의원도 통화에서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 체제가 공고한데다, 이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환경과 공간이 없다"며 당장은 김 전 지사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먼저 김 전 지사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환경과 공간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이 전 대표의 법원 판결은 대법원까지 봐야 할 것이므로 당장 그렇게 공간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적절한 시기에 대선판에 뛰어들 경우 당내 역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친명계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은 "김 전 지사가 복권됐다는 것만으로도 그 동안 당내 활동에 소홀했던 친노·친문 성향의 당원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김 전 지사와 이 전 대표가 갈등이 아닌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면 (친명계 뿐 아니라) 다양한 당원들을 모두 이끌어내는 순기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김 전 지사가 의도적으로 (현재의) 당내 소수파가 되려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근래가 아닌, 어느 정도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역할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비명계 의원도 "중도·외연 확장이 잘 안 돼서, 쉽게 말해 당심과 민심이 차이가 나서 대선 승리 가능성이 낮아진다면 환경과 공간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추후 김 전 지사의 역할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주말 수도권 전당대회가 '김경수 효과' 바로미터?…비명 결집이냐, 친명 결집이냐
일각에서는 10일 열리는 경기도 지역순회 경선에서, 비명계로 출마한 김두관 후보가 어느 정도 성적표를 받아드느냐가 김 전 지사 복권의 당내 영향력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후보는 일극체제에 대한 우려와, 당내 다양성과 균형에 대한 판단으로 인해 지난 주말 호남 경선에서 이전 지역에서와 달리 10%대로 높아진 득표율을 기록했다. 김 전 지사 복권이 주요 이슈로 부각된 후 치러지는 수도권 경선에서도 선전을 한다면 이는 친문계 결집의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차기 대선을 위한 '이재명 중심 체제' 단일대오가 흐트러지는 것을 경계한 당원들이 오히려 이 후보 쪽으로 결집할 수 있다는 정반대의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은 "이 전 대표를 향한 지지는 이 전 대표 본인에 대한 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기도 하다. 정권에 대한 경고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며 "당원들은 김경수 변수에서 당의 자산인 이 전 대표를 지키기 위해 이후 전당대회에서 오히려 더 뭉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