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싸이클링타운 가스 폭발, 체류 시간‧설계 기준 '제각각'

[리싸이클링타운 가스 폭발이 남긴 것들⑤]
환경부 폐수처리시설 설계지침, '체류 시간' 기준 無
지상·지하 구분 두지 않아…밀폐된 곳 '폭발 사고'
전문가 "기준치 이상 농도 즉시 배출 방안"

지난 5월 2일 전주리싸이클링 내 폭발 사고가 발생해 사상자 5명이 발생했다. 빨간 동그라미가 작업자들의 작업 장소다. 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
▶ 글 싣는 순서
①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 생존자 "'펑' 소리와 비명, 여전히 악몽"
②전주리싸이클링타운 생존자 "폭발 사고, 잔여 찌꺼기·과도한 음폐수 원인"
③전주리싸이클링타운 가스 폭발…"작업 지시 있었다"
④풀리지 않은 의혹, 리싸이클링타운 가스 폭발…"돈 되는 음폐수, 과다 반입?"
⑤리싸이클링타운 가스 폭발, 체류 시간‧설계 기준 '제각각'
(계속)



전주리싸이클링타운 가스 폭발 사고의 원인으로 '메탄가스'가 지목된 가운데 가스 축적을 유발하는 소화슬러지 저류조 내 체류 시간에 대해 별도의 기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류조에서의 체류 시간이 길어질 경우 인위적‧자연적 불씨에 의한 폭발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과 함께 처리시설 위치에 대한 기준도 제각각인 만큼 폐수처리시설 제도의 맹점에 대한 대응책이 요구된다.
 

메탄 발생 가능성 높이는 '체류 시간'…환경부 기준 없다

전주리싸이클링타운 내 폭발로 사상자 5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경찰은 소화슬러지 저류조의 배관 교체 작업 중 메탄가스가 발생해 화기 작업의 영향으로 인한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환경부 폐수처리시설지침에 시설 내 저류조와 관련해선 '체류 시간' 기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 폐수처리시설 설계지침에 따르면 소화조에서 배출된 물질이 모이는 저류조에 대해선 체류 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공정상 저류조 이전 단계인 혐기성소화조에서는 충분한 소화를 위해 음폐수 등의 투입 후 '체류 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지만, 동일하게 메탄가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저장 공간에 대해서는 기준을 두지 않고 있다.

환경부 폐수처리시설 설계지침 캡처

저류조에서 탈수로 넘어가는 과정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업체만의 계획을 통해 처리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사업체는 경제성과 저류조 정화 작업의 어려움 등에 대한 이유로 저류조에 고인 침전물을 방치할 가능성이 용이하지만, 이를 통제할 지침과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메탄가스는 저류조에서 체류 시간이 길수록 내부 공간에 축적, 자연적 혹은 인위적인 불씨에 의하여 외부의 산소 혼합으로 폭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소화슬러지 저류조에서 소화된 물질이 장기간 체류할 시 메탄가스 발생에 의한 사고 위험이 높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리싸이클링타운 운영사 관계자는 "체류 시간과 관련된 별도의 기준은 없다"며 "저류조에서 탈수 과정으로 곧바로 넘어가는 시스템을 가정한다면, 침전물이 쌓이지 않고 방치되지 않아 메탄가스를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주로 메탄이 발생하는 소화조에 대해 충분한 소화 등을 이유로 체류 기간을 30일로 두고 있다"며 "저류조에 대한 별도의 체류 기간은 정해두고 있지 않고 저류조에서 쌓인 찌꺼기 등이 장기간 체류하게 되면 메탄가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주리싸이클링타운 공정계통도. 그래픽=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

시설 설계도 제각각…"지하화‧체류 시간 개선 방안 필요"

처리시설에 대한 설계 기준 역시 지상과 지하에 대한 구분을 두고 있지 않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환경부 설계지침 내 기준 위치선정 항목을 종합하면,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장소로 선정한다'고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폐수처리시설은 소음과 악취, 진동, 사용 약품, 심미적인 견지에서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밝히고 있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리싸이클링타운 내 저류조 위치는 중층으로 지하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밀폐된 공간이다. 이에 따라 여름철 소화슬러지 저류조에 잔여물이 머무는 시간이 높을수록 메탄가스가 발생함과 동시에 외부 공기가 차단된 상황이다.
 
저류조 등 처리시설 지하화는 정치권과 노동 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한 문제다.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열린 '환경기초시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금현아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연구원은 '지하' 처리시설  작업자들에 대해 '느린 재난'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작업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사고에 노출된다는 뜻으로 이번 전주리싸이클링 폭발 사고 역시 외부 공기가 순환하기 어려운 지하화 작업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공간에 대한 문제만 해결된다면, 저류조 등 시설 지상화는 안전한 작업 환경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체류 시간을 줄여 탈수 과정으로 넘기는 식의 방안은 안전사고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기준치 이상의 (메탄)농도가 되면 바로 배출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환경기초시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 모습. 전국환경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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