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새 저서 '불안 세대'를 통해 전 세계에 유행처럼 번지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SNS), 인터넷이 청소년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놀이 기반 아동기'가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대체된 '아동기 대재편(The Great Rewiring of Childhood)'이 청소년 정신 건강을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고발한다. 24시간 내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전자 기기들은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 삶도 완전히 바꿔놓았다면서 외로움과 우울, 현실 세계에 대한 두려움, 낮은 자기 효능감에 사로잡힌 '불안 세대'가 탄생했다고 진단한다.
그는 끝없는 방해의 흐름(끊임없는 주의 분산)은 청소년의 사고 능력을 갉아먹으면서 빠르게 재배열이 일어나는 뇌에 영구적인 자국을 남긴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결속력과 응집력이 약화되고 타인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면서 가정과 학교가 아이들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통제하기 시작했고, 아이에게 필요한 현실 세계의 자극과 경험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스마트폰의 해악을 증폭시켰다고 꼬집었다.
자유로운 신체 놀이와 스릴 넘치는 모험, 실수와 실패, 좌절, 관계에서의 갈등과 스트레스 등을 충분히 마주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불안정하고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하이트는 Z 세대 아이들은 현실 세계 공동체에 뿌리내리는 능력이 역사상 그 어떤 세대보다 약하다고 진단한다. 이것이 바로 많은 청소년들이 불안과 우울, 외로움과 공허함에 빠져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이유라고 말한다.
온라인상의 성적 착취, 엽기 챌린지나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 사이버 집단괴롭힘)의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온라인 포르노, 중독성 강한 게임, 자극적 콘텐츠는 청소년들의 뇌를 어떻게 자극하고 재편할까?
하이트는 해법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개혁을 모두 실천할 수 있다면 2년 안에 실질적인 개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 고등학생 이전에는 스마트폰을 금지한다.
2. 16세 이전에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3. 학교에서는 휴대폰을 금지한다.
4. 감독받지 않는 놀이와 독립적 행동을 더 확대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방관자들은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고 테크 기업은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며 반발한다. 인과관계가 과장됐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병적 징후가 전례 없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지점이다.
저자는 방대한 데이터와 연구자료를 제시하며 아이들의 행동변화, 인지변화, 건강변화의 강력 증거들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당장 어른들이 행동하고 변화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도 자녀의 삶을 재편하고 있는 주제에 관한 가장 중요한 문제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5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