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비이성적인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은 변덕스러운 주식시장을 의인화해 '미스터 마켓'이라고 부르며 조울증 환자라고 표현했습니다.
또다른 투자 구루인 켄 피셔는 주식시장을 '모욕의 대가'라고 평가했습니다. "그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최대한 장기간 모욕을 줘서 최대한의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강세장→폭락→심리적 공포→V자 반등 등 순으로 주식시장이 진행된다고 분석했습니다.
8월 주식시장은 두 구루의 설명처럼 투자자를 모욕하는 모양새입니다.
미국의 경기침체 신호가 발생하자 S&P500 지수는 1일(현지시간) -1.37%를 시작으로 2일 –1.84%, 5일 –3% 등 연속 하락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기침하면 한국 주식시장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처럼, 코스피는 더 크게 떨어졌습니다. 2일 –3.65%와 5일 –8.77% 폭락했는데, 특히 5일 하루 하락률은 역대 5위 기록일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공포에 질린 주식시장은 하루 만에 이성을 되찾았습니다. 이 같은 폭락이 9‧11 테러 직후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충격적인 경기침체는 아니라는 분석에 기술적 반등한 것인데요.
6일 코스피는 3.3%, S&P500 지수는 1.04% 상승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 앞서 임시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p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7일 코스피는 1.83% 더 올랐습니다.
변동성은 계속됐습니다. 7일(현지시간) 경기침체 지표인 '샴의 법칙'을 만든 경제학자 클로디아 샴의 "긴급 금리인하가 필요하지 않다"는 발언과 미 국채 10년물 입찰 부진 등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하자,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식으며 S&P500 지수가 0.77% 하락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코스피는 8일 0.45% 빠졌고요.
8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전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치를 모두 밑돌면서 고용시장 냉각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며 S&P500 지수는 2.3% 올랐습니다. 9일 코스피는 1.24% 상승하며 화답했습니다.
이 같은 변동성은 곧 '공포'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공포를 수치화한 지표가 'VIX'와 'V-KOSPI'입니다. VIX는 S&P500, V-KOSPI는 코스피200 지수 옵션의 내재변동성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향후 30일간 시장의 변동성 기대치를 나타냅니다.
이 지표가 20을 넘으면 변동성 확대, 즉 시장에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V-KOSPI는 지난 1일 17.12에서 2일 21.77, 5일 45.86, 6일 42.08 등으로 오르다 7일 30.17, 8일 29.02, 9일 26.75 등으로 다시 내려오는 추세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에 V-KOSPI가 30을 넘은 것이 2011년 이후 4번째라고 집계했습니다.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2019년 미국 무역분쟁 및 영국 브렉시트 시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이번입니다.
당시 시장 변동성이 급등한 날 이후 5거래일과 20거래일의 수익률을 비교하면, 앞선 3번 모두 5거래일 후에는 상승했지만 20거래일 후에는 하락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 염동찬 연구원은 "증가한 시장 변동성이 한 번에 안정되지 않았다는 과거의 교훈을 기억해야 하는 시기"라며 "이번주 나타난 반등에 안도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켄 피셔 역시 변동성이 큰 요즘 같은 시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V자 바닥은 양쪽 모두 변동성이 크다. 우리를 괴롭히는 변동성이 어느 쪽인지, 약세장 말기의 변동성인지 강세장 초기의 변동성인지는 지나간 다음에야 알 수 있다"면서 "이것도 모욕의 대가가 즐겨쓰는 기만전술"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