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도핑 무마 의혹 파헤치다 역풍 맞은 美

WADA가 미국의 도핑 규정 위반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WADA 홈페이지 캡처

2021년 도쿄 올림픽 당시 중국 수영선수들에 대한 도핑 무마 의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온 미국이 오히려 자국 선수들의 도핑을 눈감아준 사실이 드러나며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의회까지 나서 자국을 겨냥한 도핑 무마 의혹을 파헤치자 궁지에 몰렸던 중국은 심각한 규정 위반이라며 미국을 상대로 역공에 나섰다.

USADA, 도핑 선수를 정보원으로 활용 '규정 위반'

로이터통신은 7일 미국반도핑기구(USADA)가 도핑 적발을 위해 이미 도핑에 적발된 선수들을 정보원으로 활용하고 대신 면제부를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사실을 폭로했다.

로이터의 보도 이후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바로 성명을 내고 보도 내용을 시인하며, 이는 세계반도핑규약과 USADA 규정을 직접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보도와 WADA 성명에 따르면 USADA는 지난 2011년과 2014년에 자국 선수 최소 3명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도핑 테스트를 통해 적발했다.

하지만 USADA는 이들을 처벌하지 않고 대신 이들에게 다른 선수들의 도핑을 적발하는데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즉, 적발된 선수들을 USADA의 정보원으로 활용한 것.

이에따라 적발된 선수들은 USADA의 묵인하에 각종 대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가운데 한 선수는 스테로이드와 EPO(근육지구력 강화 약물) 복용 사실이 들통났는데도 올림픽 예선과 국제대회에 출전해 상금까지 탄 것으로 드러났다.

WADA는 2021년에야 이를 인지해 해당 프로그램의 폐지와 해당 선수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USADA는 해당 선수들이 이미 은퇴한데다 이들의 도핑 사실을 공개하면 정보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신변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공개를 요구했고, WADA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美 자금지원 중단 압박받던 WADA "USADA 위선적"

WADA는 성명을 통해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다른 선수들은 부정행위를 한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USADA가 다른 반도핑기구가 규칙을 철저히 따르지 않는다고 의심하면서 비난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고 위선적"이라고 밝혔다. USADA는 중국의 도핑 무마 의혹에 대한 공세를 펴고 있다.

WADA는 특히 "USADA를 관리하는 USADA 이사회나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미국 의회가 스포츠 경쟁의 성실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린 이러한 관행을 알고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의회가 중국 수영선수들의 도핑 무마 의혹을 제기하며 WADA에 제공하는 지원금을 끊겠다고 압박에 나선 것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의회 마샤 블랙번, 크리스 밴 의원은 WADA에 대한 자금 지원을 보류하는 내용의 '2024년 세계 반도핑기구 신뢰 회복법'을 최근 발의했다. 미국은 지난해 WADA에 340만 달러(46억 7천만 원)를 기부했다.

WADA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이는 다분히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WADA는 도핑 무마 의혹이 불거진 중국 수영 선수들을 감싸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격나선 中 "美 의회, 자국 도핑 문제나 직시하라"

지난 4월 호주 신문 헤럴드 선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수영 경영 선수 23명이 개막 7개월 전에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음에도 대회에 정상적으로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도 같은 내용의 보도를 내보내며 "중국 수영 선수 23명이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중국 최고 관리들은 해당 선수들의 도핑 혐의를 '무죄'라고 결론짓고, 올림픽에 내보냈다"고 전했다.

호주와 미국 언론의 보도대로 실제로 중국 대표팀의 체내에서 금지약물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지만 WADA는 "선수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극소량의 금지 물질을 섭취했다", "오래된 음식을 먹다가 트리메타지딘 성분이 체내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중국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미국 의회는 2024 파리 올림픽을 한달여 앞둔 지난 6월 말 '중국 수영 도핑 관련 청문회'까지 열어 중국과 WADA를 싸잡아 비판하고, 최근에는 WADA 자금 지원 보류법까지 발의한 것.

하지만 로이터의 보도와 WADA 성명으로 미국은 오히려 궁지에 몰리게 됐다. 반면, 미국의 압박에 시달리던 중국은 이를 역공의 기회로 삼아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반도핑기구(CHINADA)는 8일 성명을 내고 미국 의회와 USADA 이사회를 향해 미국 내 도핑 문제와 USADA 내 심각한 관리상 결함에 대해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CADA는 앞서 지난 6일에도 USADA가 자국 육상선수 에리욘 나이튼의 도핑 적발 이후 "오염된 고기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별다른 징계 없이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CADA는 "미국은 자신들의 나쁜 습관은 외면한 채 이른바 역외(미국외) 관할권에 집착해 다른 나라에 대한 제재 부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이중잣대이자 공정·정의를 무참히 짓밟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