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서울 그린벨트를 풀어 8만 가구를 공급하는 등 수도권에 42만여 호를 공급하고, 서울 내 비(非)아파트를 무제한 매입해 임대시장에 내놓겠다는데요.
자세한 내용 국토교통부 출입하는 김민재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김민재 기자.
[기자]
네 저는 정부세종청사에 나와있습니다.
[앵커]
정부가 오늘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지금 부동산 문제의 원인도, 해법도 물량에 있다고 보는 모양이에요.
[기자]
예,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값은 들썩이는 반면 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나 지방 시장은 가라앉은 양극화 문제에 정부는 공급 확대로 대응하겠단 겁니다.
회의를 주재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직접 들어보시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핵심은 수요에 부응하는 충분한 주택 공급과 적정 수준의 유동성 관리입니다.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42만 7천 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 택지를 공급하겠습니다"
[기자]
특히 이번 대책에선 서울의 이른바 그린벨트, 개발제한구역 해제 카드가 주목됩니다.
[앵커]
연초에 '1.10 대책'에서도 수도권 그린벨트 풀고 신규택지 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 하지 않았나요?
[기자]
맞습니다. 여기에 더해 8만 호로 물량도 늘리고, 그린벨트 해제 대상에 서울도 포함한다, 밝힌 겁니다. 당장 5만 호를 1차 발표하는 올 11월부터 서울 그린벨트가 포함되는데요. 이번처럼 본격적으로 서울 그린벨트를 푸는 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이후 12년 만입니다.
정부는 서울시와 이미 협의를 끝내서 다음 주 초부터 서울 그린벨트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다고 예고했습니다.
[앵커]
상당한 논란이 일겠습니다. 서울 어느 지역이 들어가냐를 놓고 다들 귀를 쫑긋 세우겠어요.
[기자]
서울 그린벨트 중 강북은 대부분 산지라서 대규모 단지가 들어서긴 어렵거든요. 결국 서초구나 강남구 쪽, 예를 들어 전부터 개발 얘기가 나왔던 강남 수서차량기지나 서초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 등이 주목받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대책이 서울 집값 잡겠다고 나온 거잖아요. 정작 강남 턱밑에서 그린벨트를 풀고 아파트를 지으면 오히려 시장에 불을 지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분명히 가격이 급등할텐데 '로또 분양' 나오는 거 아니냐, 사전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 진현환 1차관에게 비슷한 질문이 던져졌는데요.
진 차관은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되니까 주변 시세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만, 예상대로 될지 두고봐야겠습니다.
[앵커]
또 다른 주택 물량으로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관련 내용도 있습니다. 비아파트를 신축 매입임대로 공급하겠다, 더 나아가 서울은 무제한 매입해서 공급하겠다는데요.
[기자]
원래 내년까지 신축 비아파트 9만 호를 매입해 전월세로 임대하겠다는 목표였는데 11만 호로 늘렸습니다. 이 중 5만 호 가량은 새로 도입하는 분양전환형, 그러니까 일단 저렴하게 임대했다가 6년 후엔 임차인이 살 수 있게 합니다. 이 경우에도 수도권 위주로 공급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서울은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합니다.
[앵커]
공급 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대책들로 건너가보죠. LH,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미분양 매입 확약을 제공하겠다고요.
[기자]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내년에 착공하는 물량은 분양에 실패하더라도 LH가 반드시 매입할테니 걱정말고 지으라고 독려해주는 겁니다. LH는 매입한 주택을 무주택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에 공공주택으로 제공했다가 6년 후에 분양전환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확약 제공 규모가 3만 6천 호, 금액으로는 22조 원이나 됩니다. 보기에 따라선 방만하게 지어서 분양도 못한 건설사들을 공적자금으로 먹여살린다고 볼 수 있거든요. 꼭 필요한 주택을 저렴하게 매입하도록 감독이 필요해 보입니다.
[기자]
주택 물량 공급 대책에 빠지지 않는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방안도 살펴보죠.
[기자]
각종 사업 절차도 간소화하고 재건축 조합 설립 동의 요건도 완화해서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 재건축·재개발 분담금도 낮추고 1주택 원조합원에는 취득세도 감면해서 부담을 낮추겠다, 또 용적률을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높여주고 85제곱미터 이하 소형 주택을 짓는 의무도 면제해 사업성도 높여주겠단 내용들입니다.
이를 위해 관련 특례법을 만들어서 사업 기간을 3년쯤 앞당기면 향후 6년간 17만 6천 호를 조기 착공할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앵커]
그런데 요즘 정부가 이런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물을 수밖에 없는 질문이 있어요.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렇게 재건축재개발을 조장하는 법이 호락호락 넘어갈까요?
[기자]
예를 들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바꾸려면 저 특례법 제정 문제 말고도 도시정비법도 건드려야죠. 또 이번 대책엔 미분양 임대주택 구입자나 재건축 관계자, 임대사업자 등등에게 세제 우대 하겠다는 내용도 있는데 이것도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 사항입니다. 그 외에도 소규모정비법, 민간임대주택법 등 법 개정할 일이 한둘이 아닌데요.
공급 확대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 이를 위해 개발업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정부 방안에 야당이 선뜻 협조할 지 모르겠습니다.
[앵커]
근본적인 질문이네요. 이번 정부 대책을 보면 시장 안정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물량을 늘리겠다는 내용만 있거든요. 이걸로 정말 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듭니다.
[기자]
전문가들도 서울 과밀화만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데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택수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의 비판을 들어보시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택수 부동산국책사업팀장]
"정부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택가격 상승이 일어났다고 파악하고 있는 것같은데요. 문재인 정부에서 대규모 공급정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공급된 주택이 한 채도 없었음에도 2022년 대선 전후에 주택가격 하향안정세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과거 정부시절 그린벨트를 풀 때마다 오히려 집값이 올랐죠.
게다가 저출산 문제로 지방균형발전이 필요한 시대에 이처럼 서울에 물량을 대거 공급하는 게 장기적으로 적절한가 의문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