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데뷔해 올해 꼭 10주년을 맞은 레드벨벳(Red Velvet)은 강렬하고 매혹적인 '레드'와 부드러운 '벨벳'이라는 두 가지 콘셉트를 중심으로 세련된 음악과 퍼포먼스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지닌 팀이다.
지금까지 '행복'(Happiness) '비 내추럴'(Be Natural) '아이스크림 케이크'(Ice Cream Cake) '덤덤'(Dumb Dumb)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루키'(Rookie) '빨간 맛'(Red Flavor) '피카부'(Peek-A-Boo) '배드 보이'(Bad Boy) '파워 업'(Power Up) '알비비'(RBB) '짐살라빔'(Zimzalabim) '음파음파'(Umpah Umpah) '사이코'(Psycho) '퀸덤'(Queendom)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 '벌스데이'(Birthday) '칠 킬'(Chill Kill) '코스믹'(Cosmic) 등 여러 곡을 발표해 두루 사랑받았다.
CBS노컷뉴스는 SM엔터테인먼트 레드(RED) 프로덕션의 A&R(Artist and Repertoire, 아티스트 발굴 및 아티스트에게 맞는 곡 수급·제작·계약 등에 관여하는 부서) 정지영 리더를 서면 인터뷰했다. 정지영 리더는 2015년 레드벨벳을 처음 만났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레드벨벳의 A&R을 담당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레드벨벳이라는 그룹을 한마디로 표현해 주세요.
정지영 리더 :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레드벨벳은 '한여름' 같은 팀이에요. 많이들 '어른들의 동화'라고도 표현하시는데, 덧붙이자면 '다음 문장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책' 같은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레드벨벳이라는 팀의 에너지와 일을 할 때 멤버들의 성향, 그리고 레드벨벳의 음악, 그 안에 담긴 가사와 메시지 등 여러 면에서 그런데, 여전히 순수하고, 서툴러도 솔직하고, 뜨겁고 열정적이지만 서두르지 않고 느긋해요.
그렇다고 빠르게 식지도, 멈추지도 않고 열대야의 밤처럼 낮의 열기가 뭉근하게 오래 가요. 가을의 노을은 쓸쓸하다면 여름은 노을조차도 선명하고 웃음기 어린 여운을 남기는데, 그런 특징들이 정말 레드벨벳 같다고 느낍니다 ㅎㅎ
이 팀을 2015년에 처음 만나서 정식으로 담당하게 된 2017년부터 약 8년 정도를 함께 했는데, 레드벨벳에게도 저에게도 인생에서 한여름처럼 잊지 못할 만큼 열정적이고 뜨거운 시간이었기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또 이번 팬 송 '스위트 드림스'(Sweet Dreams)를 발매하고 많은 팬분들이 얘기한 것처럼 10년 동안 함께 성장해 온 팀이기에 어쩌면 '청춘'이라는 한 단어로도 표현할 수 있겠네요!
2. 레드벨벳과 함께 작업하는 입장에서 자랑하고 싶은 강점이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정지영 리더 : 1) 조화를 이루는 음색과 폭넓은 소화력
2) 레드벨벳이라는 팀의 색깔과 강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걸 놓치지 않으려는 마인드
3) 그럼에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과 그를 지탱해 주는 서로에 대한 음악적 신뢰
3. 데뷔 전이나 데뷔 초 모습과 데뷔 10주년을 맞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레드벨벳에 관해 품었던 인상이나 가지고 있던 생각이 달라졌나요? 음악적으로 비슷한 부분과 성장한 부분을 나누어 이야기해 주셔도 됩니다.
정지영 리더 : 사실 제가 기억하는 멤버들과 팀의 첫인상은 지금까지 그대로예요. 변함없이 주변에 크게 동요하지 않고 차분한데, 음악적으로는 모두들 매우 꼼꼼하고 치열해졌어요. 꾸준히 각자 기대받는 역할에 충실하되 한 곡 안에서도 감정과 소리를 어떻게 다양하게 표현해야 할지 더 섬세하게 연구하게 되었어요.
이제는 어떤 음악을 할 때 레드벨벳으로서 돋보이는지부터 앞뒤 파트나 화성으로 섞이는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와 어떻게 하면 잘 어우러질지, 다른 멤버를 위해 본인이 어디서 힘을 빼줘야 할지 등 특히 녹음 과정에서 팀으로서의 조화와 완성도를 생각하며 멤버들 모두 여러 각도로 더 깊게 고민하고 공들이는 편입니다.
4. 레드벨벳과의 작업에서 인상적이었던 일화가 있을까요?
정지영 리더 : 이번 앨범의 아이디어를 찾다가 우연히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다시 읽게 되었는데, 엉뚱할 만큼 순수하지만 어떤 어른보다도 가장 소중한 가치를 알고 있는 '어린 왕자'의 캐릭터와 대사들을 보며 레드벨벳이 많이 떠올라서 분석하며 보던 때였어요. 그때 마침 켄지 작가님께서 타이틀 곡 '코스믹' 가사를 보내주셨고, 보자마자 마치 어린 왕자처럼, 레드벨벳의 순수함과 사랑스러움, 애틋함이 그대로 그려졌어요.
레드벨벳과 이들의 10년을 돌아보는 감정이 어쩌면 운명 같아서 혼자 신나는 마음으로 작가님과 멤버들에게 설명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10주년을 맞아 팬들에 대한 사랑을 듬뿍 보여주고 싶었던 멤버들의 진심이 더해지면서 가사가 더욱 생명력을 얻고 메시지가 잘 전해진 것 같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특히 '어쩜 우린 주인 없는 꿈을 찾는 여행자 헤매이던 작은 유성'이란 가사가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5. 이 자리를 빌려 추천하고 싶은 레드벨벳의 곡이나 앨범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솔로곡이나 앨범도 좋습니다.
정지영 리더 : 2019년에 발매했던 '더 리브 페스티벌'(The ReVe Festival) 시리즈 앨범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초여름, 늦여름, 그리고 겨울에 걸쳐서 시리즈로 이어지는데, 많이 알려진 '사이코' 외에도 좋은 곡들이 많고 계절별로 즐기기 좋은 곡들로 엄선해서 배치했던 앨범이에요. 그중에서도 '피날레'(Finale) 앨범은 페스티벌의 피날레로 흔히들 생각하는 떠들썩하고 신나는 분위기가 아닌 반전 매력이 있어요. 모든 곡을 의도적으로 역순으로 배치하고, 전곡의 가사를 '리브'(ReVe)의 모험기로 엮어 웬디의 내레이션을 입힌 콘텐츠까지 더해져서 가장 몰입도가 높았던 앨범 중 하나입니다.
솔로에서도 하나 추천 드리고 싶은데, 웬디 미니 1집 '라이크 워터'(Like Water)을 추천합니다. 당시 멤버가 아티스트로서 서사를 갖고 본인의 이야기를 노래하게 되었기에 더 울림 있고 진정성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모두들 즐겁게 한마음 한뜻으로 잘 만들어 보자 불타올라서 작업하기도 했고요. 솔로 앨범은 가수의 사진첩이나 일기와 같다고 생각하는데, 당시의 웬디 그 자체였던 앨범이라 들을 때마다 따뜻해져서 많이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중에서도 '웬 디스 레인 스톱스'(When This Rain Stops) '와이 캔트 유 러브 미?'(Why Can't You Love Me)는 꼭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데뷔 10주년을 기념해서 발매한 팬 송 '스위트 드림스'도 강력 추천합니다! 팬 송이지만 누구든 가장 순수한 애정을 쏟았던 소중한 존재가 있다면 누구든 공감할 만한 가사고, 가사 작업할 때 정말 한 글자 한 글자 의미를 담아 공들였기 때문에 많이들 들어보셨으면 하는 곡입니다.
6. 앞으로 SM엔터테인먼트와 레드벨벳은 (주로 음악적인 측면에서) 또 어떤 것에 도전해 볼 생각인가요?
처음에 레드벨벳을 표현한 한마디처럼 '예측할 수 없다'라고 답변드리고 싶어요. 변화와 도전이 음악 장르가 될지, 가사가 될지, 캐릭터가 될지 알 수 없지만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으려 많이 고민하고 있고, 멤버들만 열려있다면 저는 레드벨벳과 음악적으로 끊임없이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ㅎㅎ
다만 10주년인 만큼 지금은 오로지 레드벨벳만 할 수 있는 음악을 더 깊이 있게, 제대로 파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