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무차별 통신조회', 그때와 지금 왜 달라졌을까?[권영철의 Why뉴스]

'데칼코마니' 같은 정치권…불리하면 공격, 유리하면 옹호
국민의힘, 공수처 '고발사주' 수사 때는 '사찰' 주장, 지금은 "적법한 절차"
공수처 수사 옹호했던 민주당, 이번 통신조회에 '언론사찰 정치사찰' 맹공
이상민 전 의원 "통신자료 조회도 기본권 침해, 법원 영장 발부받야야"


[박지환 앵커] 검찰이 올해 초 언론인과 정치인들을 상대로 무더기 통신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치 사찰', '언론 사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특히 2년 전 공수처의 '통신 조회'에 대해서는 '사찰'이라고 공격했던 지금의 여당은 잠잠하고, 당시에는 적법한 수사라고 공수처를 감쌌던 야당은 이번에는 사찰이라며 검찰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권영철 대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권 대기자도 통신조회 대상이었습니까?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1월 5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에서 저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는 사실을 7개월이 지난 지난주 금요일(8월 2일) 알려왔습니다.

[앵커] 왜 통신조회 대상이 됐을까요?

[대기자] 아마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나 뉴스버스 이진동 대표와 가끔 전화하고 연락하다보니 조회대상이 된 걸로 보입니다.
연합뉴스

[앵커] 지난번 공수처 수사 때도 통신조회 대상 아니었나요?

[대기자] 그 때도 통신조회 대상이었습니다. 2021년 10월 1일이었는데요, 당시는 공수처가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을 수사하던 중이었습니다. 당시 김웅 전 의원과 통화한 게 있어서 통신조회 대상이 된 걸로 파악했습니다.

[앵커] 2년 전 공수처 수사가 문제 됐을 당시에 윤석열 대선 후보나 당시 한동훈 검사장 등이 '사찰'이라고 공격하지 않았습니까?

[대기자] 그렇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2021년 12월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정치사찰 공수처 이대론 안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공수처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 7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했다. 불과 며칠 전 '언론사찰'이 논란이 되더니 이제는 '정치사찰'까지 했다니 충격이다. 이는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했습니다.

윤 후보는 같은해 12월 30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 "미친 사람들 아니냐"고도 했습니다.

<윤석열 당시 후보>
"많은 언론인 통신사찰하고 현재 확인된 것만 우리당 의원의 6~70%가 통신사찰 받았다. 저도 저, 제 처, 제 처 친구, 심지어 누이동생까지 통신사찰 받았다.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지난 2021년 12월 29일 경북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공수처의 통신조회를 비판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윤 후보는 심지어 "공수처장이 사표만 낼게 아니라 당장 구속수사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당시에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이었습니다. 공수처가 자신과 아내, 미성년 자녀까지 통신 조회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1월 9일 입장문을 냈는데 "순수 민간인들을 상대로 무차별 통신 조회를 하는 것은, 선량한 국민을 겁주고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면서 "국민을 겁박해서 움츠러들게 하는 불순한 효과는 이미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오래 수사를 해 왔지만 수사기관이 이렇게 인권이나 헌법 무서운 줄 모르고 막 나가는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마음에 안들면 마구잡이로 털고 겁주는 게 '정상적인 수사방식'이자 '뉴노멀(new normal)이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앵커] 국민의힘이 그 때는 사찰이라고 했는데 여당이 된 지금은 어떤 입장인가요?

[대기자] 검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이 지난 1월 이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에 대한 통신조회를 했다"며 "대선 개입, 여론조작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휴가 중이고, 한동훈 대표는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다만 한동훈 대표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장동혁 최고위원은 언론인터뷰에서 과거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사실을 언급하면서 "검찰이 통신조회를 법원의 영장을 거치지 않고 한 데 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공수처가 고발사주 사건을 수사할 당시 민주당이 여당이었는데 그 때는 공수처의 통신조회에 대해 사찰은 아니라고 옹호하지 않았나요?

[대기자] 그랬습니다.

당시 2021년 12월 30일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대표는 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수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가치 자료라서 공수처도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걸 누구라도 사찰이라고 하지는 않지요"라고 했습니다.

당시 송기헌 정책위수석부의장은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는 사찰이 아니라 적법한 수사 활동"이라고 했고, 검사 출신인 소병철 의원도 "공수처의 통신 자료 확인을 사찰이라고 하는 건 정치공세"라고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지금 야당이 돼서는 사찰이라고 검찰을 공격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지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야당이 된 지금에 와서는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이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한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등 수천 명을 상대로 전방위적 통신 사찰을 해왔던 사실이 드러났다"며 강하게 공격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수사기관의 통신 조회에 대해 '불법사찰이다. 게슈타포나 할 짓'이라고 말했던 당사자입니다. 그 말대로라면 윤석열 정권이야말로 게슈타포가 판치는 나치정권입니다. 총선 직전에 야당과 언론을 상대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정치사찰이 자행됐던 배경이 무엇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합니다"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통신조회가 유행인 모양인데 제 통신기록도"라는 글과 함께 검찰에서 통지한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사찰'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공수처 수사 때는 당시 야당이 공격하고 여당이 방어하고, 지금 검찰의 수사에는 역시 야당이 공격하고 여당이 방어하는 거군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일종의 데칼코마니 같은 겁니다. 3년 전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때는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선후보가 '사찰'이라고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윤 대통령도 '언론 사찰', '정치 사찰'이라고 했고, 한동훈 대표도 "공수처의 민간인, 언론인, 정치인 사찰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자금은 역전이 됐습니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와 관련해서 야당 유력 정치인과 언론인을 포함해 수천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자 민주당에서는 사찰이라고 공격하고 국민의힘이나 검찰은 '적법한 수사 절차'라며 문제 없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조회를 두고 정치권이 여당일 때는 감싸고, 야당일 때는 사찰이라고 한다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가요?

[대기자] 정치권이 분명히 잘못하고 있는 겁니다. 옳은 건 옳다고 하고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해야 하는데, 동일한 사안에 대해 유리하다고 여길 때는 옹호하고, 불리하다고 여길 때는 공격한다면 국민들이 헷갈리지 않겠습니까?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정치권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서 교수는 "유리 할 때는 옹호하고, 불리할 때는 공격하는 건 오히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법률적으로 미비한 점을 보완해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법률전문가들은 통신자료 조회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법률적으로 문제삼기는 어렵다고 한결같이 말합니다.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는 법률에 따라 했으니 적법한 절차라고 주장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는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김대근 박사는 "통신자료 조회는 법원의 사전적 또는 사후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헌법상 영장주의에 반할 수도 있다"면서 "특히 언론인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는 취재원 노출 등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언론자유 침해 소지도 있다"고 했습니다.

3년 전 공수처의 수사나 지금의 검찰수사에서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통신자료 조회'보다는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인이나 언론사에 대해 강제적인 수사입니다.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는 취재 기자의 인맥을 파악하는 수단이 될 수 있고, 이런 수사는 직·간접적인 언론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3년 전 여당인 민주당 의원으로서 공수처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조회를 비판했던 이상민 전 의원은 지금의 검찰수사도 불법이니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내역 조회 뿐 아니라 '통신 자료 조회'도 판사가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도록 법률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의원은 "'통신 자료 조회'도 실질적으로 사생활 프라이버시를 보는 건데 그걸 수사기관이 필요하면 아무 때나 볼 수 있게 하는 건 적절치 않고,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치인이나 언론인이나 주변 사람을 싹 뒤지는 건 큰 문제가 있으니 영장을 받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