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에 5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8단)를 납품하기 위한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통과했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 보도했다.
다만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들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보도를 사실상 부인했다.
로이터는 이날 3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와 엔비디아가 조만간 공급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며, 4분기부터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5세대 HBM 가운데 HBM3E(12단)에 대한 테스트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엔비디아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 불가"라면서도 "주요 고객들과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는데 로이터의 보도를 사실상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지난 5월에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 HBM 제품이 발열과 전력 소비 등이 문제가 돼 품질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으나, 삼성전자는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들과 HBM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고, 엔비디아 젠슨황 CEO(최고경영자)도 "테스트 실패가 아니고 삼성과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로이터는 지난달 24일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납품하기 위한 퀄테스트를 통과했지만, HBM3E 관련 테스트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0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HBM3E가 2~4개월 내에 퀄테스트를 통과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김재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달 31일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HBM3E 8단 제품은 지난 분기 초 양산 램프업(생산량 확대) 준비와 함께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했고, 고객사 평가를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고객사가 언급되진 않았지만 통상 HBM이 사전에 고객과 맺은 계약을 토대로 공급 물량이 결정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업계에서는 HBM3E 품질 테스트 통과가 임박했고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 등 주요 GPU(그래픽처리장치) 업체에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HBM3E 12단 제품 역시 이미 양산 램프업(가동률 증가) 준비를 마쳤고 복수의 고객사 요청 일정에 맞춰 하반기에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HBM 시장 주도권을 쥔 SK하이닉스는 HBM3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HBM3E 8단을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해야 하는 상황이고, 엔비디아 역시 가격 협상력과 수급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의 HBM 공급이 필요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트포스에 따르면 HBM3E는 올해 하반기 인도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HBM 시장에서 주류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4분기까지 HBM3E 칩이 HBM 매출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지난달 예상했는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최신 HBM 칩이 3분기까지 최종 승인을 얻을 경우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