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피해업체 1조원대 융자지원…정산기한·대금관리 법률로 규정

연합뉴스

동남아시아 기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큐텐(Qoo10)' 산하 티몬·위메프에서 벌어진 결제대금 미정산 사태에 관해 정부의 후속 대책이 공개됐다.

지난달 29일 첫 대책으로 발표한 피해 업체·소비자 지원안에 이어, 추가 지원안과 함께 업계 재발방지를 막을 제도개선안을 내놓았다.

우선 중소기업·소상공인 줄도산 우려로 번진 피해업체 지원책으로는 지난달 29일 첫 대책으로 발표한 5600억 원 유동성 지원에 더해, 12개 광역지자체 재원 약 6천억 원이 추가 마련됐다.

'제2 티메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안에는 이커머스도 대형유통업체처럼 정산기한을 적용받도록 하고, 대금 일부를 별도 계좌에 관리토록 하는 법 개정 추진 계획이 담겼다.  

또 티몬캐시같은 모바일 상품권 발행업체의 지불능력을 엄격히 규율하고, 선불충전금은 전액 별도관리토록 해 업자가 파산해도 충전금 환급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위메프·티몬 사태 추가 대응방안 및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업체 피해 3395곳·1조 규모…소비자 피해 14만 건·600억 상당 접수

윤창원 기자

정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정산지연 피해 업체는 3359곳으로 추산된다. 이 중 약 80%는 1천만 원 이하의 소액 피해 사례지만, 10%는 피해액이 1억 원을 초과한다.

금융감독원이 이달 1일 기준 집계한 미정산 금액은 2783억 원으로, 이 중 79%는 일반상품, 21%는 상품권 피해다. 다만 오는 6~7월 정산기일이 경과하면 피해 규모는 3배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며, 위메프와 티몬 외에 같은 큐텐 산하 인터파크커머스 미정산 금액(1일 기준 191억 원)도 있다.

소비자 피해의 경우 지금까지 13만 8천여 건, 금액 기준 594억여 원 의 환불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10%가량인 60억 원 정도가 일반상품 관련 피해 규모이고, 나머지는 상품권과 여행상품 등이다. 다만 전수조사가 아닌 환불 신청 접수 기준이라, 전체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정부는 우선 피해 소비자 구제를 위해 일반상품 환불처리가 이번 주 중에는 완료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신용카드사 및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와 협조해 속도를 낸다. 상품권과 여행상품도 카드사 및 PG사, 발행사 및 여행사와 협조해 환불을 지원하고, 휴대폰 소액결제(통신과금서비스)의 경우 이동통신사와도 협의한다.

아울러, 오는 9일까지 여행·숙박·항공권 분야에 대한 집단분쟁조정 신청 접수를 완료하고, 다음 주 중 조정절차를 실시한다. 티몬과 위메프가 지난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만큼, 법원이 회생절차를 개시할 경우 피해 소비자들의 채권 신고 등 참여를 관계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원할 예정이다.

첫 대책으로 발표했던 '5600억+α' 유동성 공급에도 속도를 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정자금 2천억 원 융자 지원은 당장 오는 9일부터 접수를 시작하며, 소진공은 대상을 자체 판단 및 심사해 직접 대출을 실행한다. 중진공도 직접대출 방식으로, 소진상황에 따라 필요 시 지원 금액을 증액한다. 아울러 신용보증기금과 기업은행의 3천억 원 융자지원도 9일 접수를 시작해 오는 14일 지원을 개시한다.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자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환불 등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자체별 지원도 추가됐다. 각 지자체 내 피해업체는 해당 지자체 재원을 활용, 12개 광역지자체 총합 약 6천억 원 규모의 자체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예컨대 서울시는 소상공인 대상 이커머스입점피해회복자금 350억 원을, 중소기업 대상 희망동행자금 350억 원을 마련해 이달 중 공고할 예정이다.

이밖에 피해업체들의 기존 대출 보증도 이날부터 최대 1년까지 만기연장을 받을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한다. SC제일은행 등에서 위메프, 티몬 매출을 근거로 선정산대출을 받은 업체도 이날부터 만기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아울러 이달 중순부터 타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할 수 있도록 판로 확보를 돕고, 매출액이 15% 이상 감소하는 등 경영난에도 고용유지조치를 지킬 경우 지원되는 고용유지지원금도 이달 말까지 세부사항을 마련해 확정·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관련해 직원들에게 임금을 체불하게 되면 대지급금과 생계비 융자 등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융자 지원이 도움이 되겠냐는 의견도 있고, 일각에서는 세금을 투입하는 데 대한 것도 여러 의견이 맞선다"면서도 "손실 보상은 아니라는 원칙은 허물지 않되, 소비자나 판매자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외면하지 않는다는 차원으로 정부의 의지를 봐 달라"고 부연했다.

이커머스 업체 대규모유통업법으로 규율…PG사 관리·감독 강화

류영주 기자

이번 후속대책의 핵심은 무엇보다 재발방지를 막을 제도개선안이다. 티몬과 위메프처럼 유통업을 하는 이커머스 업체가 금융 분야 결제대행(PG) 역할까지 하는 새로운 지급결제 유형이 증가하는데도, 이에 대한 효과적 규율과 관리체계 미비로 '사각지대'가 발생한 탓이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매출액 500억 원 이상 외부감사 대상인 규모의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43곳으로, 이 중 9개사가 PG 겸영업체다. 티몬과 위메프 외에도 같은 큐텐 계열의 △인터파크커머스 △11번가를 비롯해 △롯데쇼핑 △SSG닷컴 △지마켓 △우아한형제들 △카페24가 모두 전자상거래와 결제대행을 겸영하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고 받은 돈을 납품업체에 바로 정산해주지 않고 정산기한을 늘린 사이, 판매대금을 유동성 수단으로 사적 유용했다. 이후 티몬과 위메프의 부실이 납품업체와 소비자에게 전이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게 이번 사태의 전모다.

이에 정부는 우선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에 해당하는 이커머스를 대규모유통업법 규율 대상에도 포함하는 방향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상품을 납품받아 직접 판매해 매출 1천억 원 이상을 올리거나 매장면적이 3천㎡ 이상인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업체 정산기한이 40~60일 이내로 제한되는데, 이커머스도 그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다.

단, 이커머스의 납품업체 정산기한은 이보다 짧은 수준으로 별도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판매대금의 일정비율을 에스크로(정산을 위해 유입된 자금이 정산에만 사용되도록 일정 기간 입출금을 제한하는 위탁관리) 계좌 예치 또는 신탁·지급보증보험 등으로 별도 관리해 사적 유용 가능성을 차단한다.

다만 이커머스도 업체별로 매출 규모 편차가 큰 만큼, 어느 정도의 규모 업체까지 '대규모유통업법 규제를 받는 이커머스'에 포함시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소관 부처인 공정위가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적용 대상과 정산기한, 판매대금 별도관리 비율 등 세부사항을 정해 정부안을 마련,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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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를 겸영하지 않는 PG사는 당사자 간 계약으로 정산기한을 정하는 기존 전자금융거래법 내용을 유지하되, 기한 내 대금지급을 의무화하고 미지급시 금융위원회 제재를 받도록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도 추진한다. PG사 역시 결제대금 일정비율을 별도 관리하고, 대금 유용 시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율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

아울러 PG업 진입 기준이 낮아 현재 159개사가 등록돼 있고 경영지도 기준 미충족시 실효적 감독수단도 미비한 데 착안,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기준 미충족시 시정조치를 요구한 뒤 업무정지 또는 등록 취소 등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전금법 개정안에 마련한다.

이밖에 티몬캐시 등 모바일 상품권 문제는 다음 달 15일 시행하는 개정 전금법으로 해소될지 주목된다.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체의 등록면제 기준을 강화하고, 선불충전금을 전액 별도관리토록 의무화해 업체 파산 시에도 선불충전금 환급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이커머스 업체들 중 그간 법률 미비와는 상관 없이 정산기한을 짧게 유지하고 정산대금을 별도 관리해온 업체들도 있는 만큼, 이 같은 우수 이커머스 기업에는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기준상 직권조사 면제 등의 인센티브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사항 두고 기업자유 vs 규제 '고심'…野 '플랫폼법' 제정안도 변수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자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인근에서 환불 등을 촉구하는 릴레이 우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후속 대책에는 티메프 사태 이후 그간 거론돼온 정산기한 단축과 정산대금 별도 관리 방안이 모두 담겼지만, 아직 기한을 얼마만큼 단축할지, 별도 관리하는 대금 비중을 전체 금액 대비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 등 핵심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단 점에서 변수가 많다.

이커머스 업체를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안도 꽤 강력한 규제이긴 하지만, 모든 이커머스가 다 포함되는 건 아니다. 공정위가 이달 안으로 상세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향만 제시됐을 뿐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자유와 규제 강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정부 속내도 읽힌다.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지급결제 업체들이 늘어나고 새로운 스타트업이 늘면서 금융리스크가 커지는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또 혁신을 촉진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그 두 부분을 어떻게 균형되게 봐야 될지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 일각에선 티몬과 위메프 사태 이전부터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갑질' 등 문제가 재차 발생해온 만큼 별도로 온라인플랫폼법을 제정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만큼, 정부안 제출 뒤 법안 논의 과정에서 보다 강력한 규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위메프 첫 정산 지연 사례가 알려진 건 7월 7일, 티몬의 입금 지연이 공식화된 건 7월 19일의 일이다. 국회는 7월 24일 정무위원회를 열어 이 사태를 처음 다뤘고, 관계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첫 현장점검에 나선 건 7월 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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