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양궁협회의 수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그의 5촌 당숙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HDC그룹 회장)의 행보가 상반되기 때문이다.
최근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정의선 회장이 축구협회도 맡아달라" "정의선 회장이 협회장인 양궁이 부럽다" "양궁협회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체육협회" 등의 반응이 나올 정도다.
태극 궁사들의 선전 뒤에는 정의선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198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회장사를 맡으며 40년째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협회 운영이나 대표팀 선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연, 지연 등 파벌에 따른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대표팀을 선발하기 위해서다.
이에 직전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라 해도 다음 대회에 선발된다는 보장은 없다. 국가대표 선발전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무대로 평가받는다.
정의선 회장이 관심을 기울인 건 협회의 안정적인 운영이다. 양궁 과학화 기반 경기력 향상, 우수선수 육성 시스템 체계화, 한국양궁 국제 위상 강화 등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반 여건을 개선하는 데 힘썼다.
특히 이번 올림픽을 위한 준비 과정은 철저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파리 현지 상황을 직접 살폈고, 대회 개막식에 앞서 현지에 도착해 현대차그룹이 현지에 꾸린 전용 훈련장과 휴게공간 등을 점검했다.
정의선 회장은 양궁 모든 경기를 관중석에서 보며 선수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선수들은 정의선 회장의 지극 정성에 입을 모아 "한국 양궁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준 분은 정의선 회장님"이라고 치켜세웠다.
한국 양궁은 정의선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이번 대회에 걸린 5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2020 도쿄 대회에서 혼성전이 신설된 이래 한국 양궁이 5개 종목을 석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여자 개인전 은메달 1개, 남자 개인전 동메달 1개를 포함해 총 7개의 메달을 수확하는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16강 진출을 이끈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떠난 뒤 계속해서 하락세를 걷고 있다. 특히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암흑기에 빠진 모습이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선임 전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2019년 11월 헤르타 베를린(독일)을 맡았지만 단 10주 만에 지휘봉을 반납했는데, 당시 구단과 상의 없이 SNS를 통해 사퇴를 발표하는 등 기행을 벌인 바 있다.
그의 실패는 불 보듯 뻔했다. 지난 1~2월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준결승 탈락이었다.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정상 탈환 꿈은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여기에 대회 기간 손흥민과 이강인이 물리적으로 충돌한 이른바 '탁구 게이트'가 축구계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축구협회는 빠르게 사실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선수 보호에 앞장서야 할 협회가 선수를 방패막이로 내세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거센 비난 여론에 클린스만 전 감독은 결국 부임 후 11개월 만에 짐을 쌌다. 이후 축구협회는 차기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끊임없는 잡음에 휩싸였다. 그런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에 정몽규 회장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작부터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임시 사령탑 체제를 운영했는데,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던 황선홍 감독을 선임해 논란이 들끓었다. 당시 황 감독은 파리 올림픽 예선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3월 A매치 2연전을 이끌며 1승1무의 성적을 거뒀고, 아시안컵 기간 발생했던 내부 갈등을 잠재웠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U-23 대표팀에서는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발목을 잡혀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U-23 대표팀에 집중해야 할 황 감독을 A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한 축구협회의 패착이었다.
하지만 울산HD를 이끌며 시즌을 치르던 현역 지도자를 빼 오면서 K리그를 무시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여기에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전 축구 국가대표 박주호가 감독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폭로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감독 선임 작업을 주도한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한 뒤 전권을 이어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단독 결정으로 홍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홍 감독은 외국인 후보자들과 달리 면접 없이 선임돼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홍 감독 선임 파문과 관련해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를 실기하기로 했다.
여전히 홍 감독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몽규 회장은 이런 와중에 자서전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을 발간해 뭇매를 맞고 있다.
책 내용은 성난 팬심에 불을 제대로 질렀다. 정몽규 회장은 자서전을 통해 "어느 종목도 국가대표팀 성적이 나쁘다고 회장 퇴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며 "이럴 때마다 축구협회장이나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민 욕받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이 감독 선임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났고, 오히려 퇴진 여론만 거세지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5촌 조카 정의선 회장의 양궁협회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같은 현대가 집안이지만 스포츠 행정에서는 엇갈린 리더십을 보인다. 국제 무대에서 성과를 낸 정의선 회장에게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몽규 회장은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