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각종 현안을 숙고하며 정국 구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당면한 현안인 '방송4법' 등 야당 단독 통과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은 행사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광복절을 앞두고 경축사와 특별사면 대상 검토도 주요 사안이다. 아울러 하반기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대국민 소통도 정국 구상에 포함돼 있다. 이르면 이달 말 기자들에게 현안을 직접 설명하는 '국정 브리핑'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여름 휴가 이틀째인 6일 국내 증시 상황과 관련해 기민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긴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 재의요구안 재가 시점은 고심하고 있다. 당초 재의요구안이 의결되는 당일 윤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가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재의요구안 의결 당일 재가를 꼭 해야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재가는 조금 여유 있게 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방송4법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오는 14일이다.
거부권 시점 조율은 다양한 검토 끝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행사 시한이 아직 남았고, 휴가 기간이지만 '경제 활성화'와 '민생' 행보에 먼저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휴가 첫 날 경남 통영중앙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한 바 있다.
야당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현장 검증을 하고 청문회를 예고하는 등 강공에 나서는 가운데, 거부권 행사 시 추가 공세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자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이 단독 처리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거부권이 유력한 법안들이 줄줄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국무회의에서 방송4법, 노란봉투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한 거부권을 일괄적으로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노란봉투법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한 거부권 시한은 20일까지다.
오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특별사면과 경축사도 주요 검토 사안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취임 이후 다섯 번째가 된다. 앞서 지난 2022년 광복절에 단행한 임기 첫 특사에서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1693명을, 지난해 새해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1373명을, 같은 해 8월에는 광복절 특사로 2176명을 사면했다. 올해 설 특사의 경우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여야 정치인 7명 등이 포함됐다.
이번 사면은 서민과 영세 사업자 등 생계형 사범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오는 8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특별사면·복권 후보자를 가린다. 이후 윤 대통령은 후보자 명단을 오는 13일 예정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게 된다.
일각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전 지사 복권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인 사면 최소화 기조와 함께, 통상 여야가 사면 대상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지만 국회가 극한 대치 중인 상황을 감안해서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2년 12월 특별사면됐다. 하지만 복권은 이뤄지지 않아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돼 있다. 이 밖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사면·복권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면 대상에 대해선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사면은 통상 각계 의견을 듣는데, 지금은 여야 간 대화가 어려운 상태도 감안해야 한다. 특사는 전반적으로 민생에 방점을 찍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복절 경축사의 경우 구체적인 내용을 다듬고 있는 중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강조하는 한편, '오물 풍선' 살포와 북러 군사협력 강화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메시지 등도 담길 전망이다. 통일에 대한 윤 대통령의 구상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국정 운영 방향 입장 발표 검토
윤 대통령은 하반기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입장 발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달 말 직접 기자들과 만나 국정 현안을 설명하는 '국정 브리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주제는 정부 핵심 과제인 교육·노동·연금·의료 개혁과 저출생 과제 개혁 등이 두루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후 직접 대통령실 인사를 발표하고, 취임 2주년 기자회견과 출입기자단 만찬을 진행하는 등 소통 행보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취임 후 첫 국정 브리핑을 열어 동해안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안 보고를 하는 국정 브리핑이나 기자회견 형식으로 할 것으로 보인다. 주제에 대해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 밖에 각종 현안들에 대한 대응도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배드민턴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작심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사안은 윤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연히 살펴봐야 할 문제"라며 "문체부에서 올림픽이 끝나고 진상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글로벌 증시 폭락 사태, 이달 발표될 부동산 종합대책, 체코 원전 수주 후속 조치 등도 주요 현안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