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집값 어쩌나…美 '빅컷' 유력에 한은 고심

韓금리 인하 신중론 속 '8월 인하설', 연내 2회 인하 전망도
한은 집값‧가계부채 점검 후 10월 또는 11월 한 차례 인하 관측
금융당국, "美증시 변동에 亞증시 과도 반응…대응역량 충분"

연합뉴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이 9월 빅컷을 단행하고 한국은행은 앞서 8월에 금리 인하를 개시해 연내 2회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집값 상승과 이에 따른 가계대출 급증은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하 결정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더라도 한은은 정부의 가계부채 및 부동산 대책과 시장 영향 등을 지켜보며 시차를 두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美경기침체 공포…연준, 9월 인하 시사 '빅컷' 가능성

미국의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진 것은 고용지표 악화, 빅테크 기업의 '어닝쇼크', 일본 '앤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 자금 유출 우려 등이 이유로 꼽힌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연합뉴스

지난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신규 일자리 증가폭은 11만4천명으로 직전 12개월 평균인 21만5천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경제의 호황을 주도했던 인텔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어닝쇼크'도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여기에 미국에 투자된 일본의 '앤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빠져나갈 것이란 전망도 불안을 키웠다.
 
미국의 경제 사정이 악화되자 연준은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고, 미 금융투자업계는 '빅스텝'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시장, 한은 '8월 금리인하설' 고개…연내 2회 인하 관측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자 시장 전문가들은 한미 통화당국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대한 기존 전망을 수정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이 금리인하 시점을 앞당기고 폭도 확대해야 할 상황"이라며 "9월 0.50%p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고,연내 최소 1.0%p 인하를 기정사실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안 연구위원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과 횟수에 대해 "8월 금리 인하 개시와 연내 2회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7월 실업률은 연준이 예상하지 못한 정도로 높았다"며 11월 인하 전망을 추가해 "연준이 9월과 11월, 12월에 금리를 각 0.25%p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9월과 12월 각 0.25%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 더해 "11월 0.25%p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그는 한은의 금리 인하에 대해 "부동산 시장을 중요한 변수로 놓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8월에도 여전히 매파적 금리 동결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 연준이 하루 이틀 만의 시장 공포 때문에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며 "한은이 8월에 금리를 인하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 "외환‧자금시장 양호…정책 대응역량 충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치고 회관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전날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내외 증시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간담회에서 최근 증시 상황에 대해 "해외발 충격으로 주식 시장에 한해 조정돼 과거와는 상이한 이례적 상황"이라며 "정부와 한국은행은 대외 충격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해 충분한 대응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지난주 후반 미국 증시가 7월 고용지표 부진과 빅테크 실적 우려 등이 겹쳐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이에 대한 미국 시장의 평가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 증시가 먼저 시작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 부총리 등은 "우리 경제가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외환·자금시장도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충분한 정책 대응 역량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리 인하 '신중 모드'…"가계부채‧집값 등 위험 요인 주시"

최근 집값 상승과 함께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한은이 통화정책 조기 전환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28% 상승해 19주 연속 오름세를 지속했다.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15조7천383억원으로, 한 달 사이 7조1660억원이 증가했다.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면서도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우려했다. 한 위원은 "금리 인하가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는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한 이후 한은이 집값과 가계부채 상황 등을 분석해 10월이나 11월쯤 한 차례 금리를 내릴 것으로전망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해도 금통위는 국내 금융시장 동향에 더 포커스를 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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