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남성이 지닌 'XY 염색체'를 가진 선수들이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종목에 출전한 것을 두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복싱협회(IBA)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설전까지 벌어졌다.
IBA는 5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대회 여자 복싱 성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 로버츠 IBA 사무총장은 "이마네 칼리프(알제리)와 린위팅(대만)은 2022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가 확실하지 않아서 조처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하지만 로버츠 총장은 "지난해 인도 뉴델리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두 번째 검사를 진행했다. 이때 IBA 규정에 따라 실격 처분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염색체 검사에서 두 선수는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며 "지난해 6월 관련 자료를 IOC에 전달했지만 IOC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22년과 2023년 검사는 모두 혈액 검사"라며 "모두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결과를 바탕으로 IBA 이사회에 제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은 올림픽 개막 직후부터 계속되고 있다. 여자 복싱 66kg급 칼리프와 57kg급 린위팅은 앞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IOC는 지난달 29일 "칼리프와 린위팅은 IOC의 모든 규정을 준수했다"며 "올림픽에 정상 출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 선수가 정당하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후 칼리프와 경기한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는 46초 만에 기권한 뒤 "계속 경기를 할 수 없었다. 코에 큰 통증이 있었다"며 "남자들과도 싸워왔지만 오늘은 너무 고통스러웠다"며 눈물을 보였다. 린위팅에 패한 불가리아의 스베틀라나 카메노바 스타네바는 경기 후 린위팅이 보는 앞에서 두 검지를 교차시켜 'X' 모양을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IOC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두 선수의 대회 출전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IOC는 IBA의 주장에 대해 "성별 테스트는 자의적이고 불법적이었다. 출처를 신뢰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너무나 허술한 내용이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칼리프와 린위팅의 경기 후에는 "악의적인 온라인 학대와 인신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 "규칙에 따라 모든 여성은 출전이 허용돼야 한다"는 등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칼리프의 팀 동료인 알제리 여자 복싱 선수 루마이사 부알람도 이날 기자 회견장을 찾아 IOC 측의 주장을 옹호했다. 부알람은 "칼리프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의 삶을 살았다"며 "IBA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두 선수는 모두 각 체급에서 준결승에 진출해 메달을 확보한 상태다. 4강전 칼리프는 태국의 짠쨈 수완나펭을, 린위팅은 튀르키예의 에스라 이을디즈를 상대로 결승 진출을 노린다. 동메달을 2개 수여하는 복싱은 준결승에만 진출해도 시상대에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