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왜 '세관마약' 사건을 '채 상병' 수사팀에 보냈나

차정현 수사기획관 두 사건 주임검사 맡아
사건 배당 이후 두 차례 고발인 불러 조사
수사 외압 얼개 그린 뒤 물증 확보 나설 듯
"공수처, 채 상병-세관 마약 공통점 고려한 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른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닮은 꼴인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 주임검사 손에 세관 마약 사건까지 맡긴 것은 공수처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4부는 '마약 사건에서 경찰 고위층과 세관의 전방위 압박이 있었다'고 폭로한 서울영등포경찰서 전 형사과장 백해룡 경정을 지난달 24일과 31일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는 백 경정을 상대로 지난해 9~10월 영등포경찰서가 세관 마약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은 상부와 세관 등의 압박과 전후 경위 등을 캐물었다. 공수처는 첫 번째 조사에서 백 경정의 입을 통해 확인한 외압의 얼개를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두 번째 조사에서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한 백 경정 핸드폰을 포렌식 해 당시 외압 상황이 담긴 녹음 파일과 업무 일지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수사 브리핑하는 백해룡 경정. 연합뉴스

공수처 안팎에선 이 사건 주임검사를 차정현 수사기획관(부장검사)이 맡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력난을 호소하는 공수처 여건상 채 상병 사건을 담당한 부서에 세관마약 수사 사건까지 맡기는 게 적절하냐는 반응이 있다. 사건의 규모나 비중, 난이도 등을 고려할 때 두 사건을 한 번에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반면에 인력 부족 등 공수처 상황을 고려해 차 부장검사가 세관마약 사건을 함께 맡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차 부장검사는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주임검사로 공수처에 고발장이 접수된 초기부터 수사를 담당했다. 채 상병 사건과 세관마약 사건이 사실관계 구조나 법리 등이 서로 맞닿는 지점이 적지 않아 차 부장검사에게 맡기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 사건 배당이라는 해석이다.

두 사건 모두 △수사 외압 과정에 대통령실의 개입 정황이 나온 점 △수사 담당자가 의혹 폭로 당사자인 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자(이종호)가 등장하는 점 등 공통점으로 꼽히고 있다.

공수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다른 검사가 아예 처음부터 수사를 다시 시작하기보다는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비슷한 구조의 '채 상병 사건' 수사 경험이 있는 차 부장검사가 들여다보는 편이 훨씬 효율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가 채 상병과 세관마약 두 사건을 전혀 무관한 별개의 사건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오는 10월 말 임기가 끝나는 차 부장검사는 최근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연임 희망 의사를 제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차 부장검사의 연임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공수처가 수사에 고삐를 죄는 동안 국회 등 정치권 움직임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은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승원(법제사법위원회 간사)·윤건영(행정안전위원회 간사) 의원 등이 '세관마약' 의혹에 관해 국정조사 개최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아울러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 12명은 지난달 30일 단체 입장문을 내고 "외압을 가한 조병노 경무관(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징계를 피했지만, 백해룡 경정은 징계를 받고 좌천성 인사까지 당했다"며 "용산(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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