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양궁 전현직 국가대표 부부가 끝내 염원하던 올림픽 금메달의 꿈에 도달하지 못했다. 최종 문턱에는 언제나 한국 양궁이 버티고 있었다.
남자 양궁 플로리안 운루(31)는 2024 파리올림픽에 혼성 단체전과 남자 개인전 두 종목에 출전했다. 최종 결과는 혼성 단체전 2위와 남자 개인전 4위.
은메달을 땄으니 나쁘지 않은 성과다. 그러나 한국 양궁에 가로막히지 않았더라면 더 좋은 성적으로 올림픽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
운루는 4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남자 양궁 개인전에 나섰다. 랭킹 라운드에서 681점을 쏴 3위를 기록한 운루는 개인전에서 여유롭게 4강까지 안착했다.
64강에서 유소프 톨바(이집트)를 세트 스코어 6 대 0으로 손쉽게 물리쳤다. 32강에는 나카니시 준야(일본)를 만나 6 대 4로, 16강에서는 톰 홀(영국)을 상대로 7 대 3 승리를 거뒀다. 이어 8강전에서는 홈팀 프랑스의 밥티스트 아디스를 6 대 5로 꺾고 4강에 올랐다.
운루는 준결승에서 미국의 베테랑 브래디 엘리슨를 만났다. 2세트 무승부, 4세트에서 승리하며 분전했지만 끝내 엘리슨에 3 대 7로 패하고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했다.
동메달을 두고 겨룰 상대는 한국의 이우석(코오롱). 운루는 3세트 동안 27, 28, 28점으로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이우석은 연속 29점을 쐈다. 결국 운루는 세트 스코어 0 대 6으로 무릎 꿇고 개인전 4위에 머물렀다.
중요한 순간에 한국에 무너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운루는 2일 열린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도 한국의 김우진(청주시청)-임시현(한국체대) 조를 만나 금메달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미셸 크로펜과 함께 조를 이룬 운루는 16강부터 콜롬비아, 멕시코, 미국을 차례로 격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운루의 개인 첫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도 중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한국의 벽은 너무 높았다. 한국이 3세트에서 38, 36, 36점을 쐈는데, 독일은 연속 35점에 그쳤다. 결국 한국이 금메달을, 독일은 은메달을 차지했다.
운루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SNS에 은메달을 따낸 소감을 전했다. 운루는 "이곳 파리에서 혼성팀 은메달을 땄다"며 "나는 크로펜과 함께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행복하고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운루의 아내인 리사 운루(36) 역시 과거 국가대표 양궁 선수로 활약했다는 것. 리사 운루는 각종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 게임에서 우승 경력이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선수였다.
하지만 리사 운루도 올림픽에서는 한국을 넘지 못해 금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리사 운루는 지난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출전해 여자 개인전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에서 한국의 장혜진(LH) 만난 리사 운루는 2세트까지는 한 세트씩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장혜진이 3세트와 4세트를 내리 따내며 금메달을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