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16단 HBM 제품, 하이브리드 본딩 검토"

"발열 문제, 해결 과제지만 어드밴스드 MR-MUF 고도화하고 신기술도 확보"

SK하이닉스 PKG제품개발 담당 이규제 부사장.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16단 이상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에서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5일 공개된 PKG제품개발 담당 이규제 부사장과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부사장은 SK하이닉스가 HBM 리더십을 지켜가려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커스텀(Custom) 제품 요구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표준 규격에 따라 제품 두께는 유지하면서도 성능과 용량을 높이기 위한 칩 고단 적층의 방편으로 최근 하이브리드 본딩 등 차세대 패키징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며 "위 아래 칩간 간격이 좁아져 생기는 발열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점점 더 다양해지는 고객의 성능 요구를 충족시킬 솔루션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SK하이닉스도 방열 성능이 우수한 기존 어드밴스드 MR-MUF를 지속적으로 고도화 하는 한편, 새로운 기술들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는 반도체 칩을 쌓아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간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방식 대비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HBM2E부터 MR-MUF를 적용해왔다. 어드밴스드 MR-MUF는 기존 칩 두께 대비 40% 얇은 칩을 휘어짐 없이 적층할 수 있는 칩 제어 기술이 적용됐고, 신규 보호를 통해 방열 특성까지 향상된 차세대 기술이다. 어드밴스드 MR-MUF를 더욱 고도화하겠다는 것이 이 부사장의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은 칩을 적층할 때, 칩과 칩 사이에 범프를 형성하지 않고 직접 접합시키는 기술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하면 칩 전체 두께가 얇아져 신호 전송 속도가 대폭 높아지고 고단 적층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발열 이슈 등이 있어 고도의 패키징 기술로 여겨진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16단 이상의 HBM 제품에서 필요성이 검토되고 있는데 SK하이닉스는 16단 이상 제품에 대해 어드밴스드 MR-MUF와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

MR-MUF 기술 로드맵을 설명하는 SK하이닉스 PKG제품개발 담당 이규제 부사장. SK하이닉스 제공

한편 이 부사장은 SK하이닉스가 HBM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공을 경영진과 고객에게 돌렸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HBM 제품 기술 연구에 들어간 것은 2000년대 초반, 1세대 HBM 제품이 나온 것은 2013년이다. 1세대 HBM 제품에는 TSV(TSV는 여러 개의 D램 칩에 수천 개의 구멍을 뚫고 이를 수직 관통 전극으로 연결해 HBM의 초고속 성능을 구현해 주는 핵심 기술)이 적용됐다.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고 SK하이닉스가 HBM 제품의 주도권을 잡게 된 시점은 3세대 제품인 HBM2E 개발에 성공한 2019년으로 평가된다.

이 부사장은 TSV가 기존 메모리의 성능 한계를 극복해줄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았지만 인프라 구축의 어려움과 투자비 회수 불확실성 등으로 누구도 선뜻 개발에 나서지 못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며 "커다란 호수 주변에서 누가 먼저 물에 뛰어들지 서로 눈치를 보며 기다리는 아이들과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도 처음에는 망설이는 회사들 중 하나였지만 우리는 미래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고성능과 고용량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TSV 기술과 적층(Stacking)을 포함한 WLP 기술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 적극적인 연구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WLP(Wafer Level Packaging)는 웨이퍼를 칩 단위로 잘라 칩을 패키징하는 기존의 컨벤셔널 패키지(Conventional Package)에서 한 단계 발전한 방식으로, 웨이퍼 상(Wafer Level)에서 패키징(Packaging)을 마무리해 완제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가 관련 기술 연구에 돌입한 이후 2010년대로 접어들며, 고성능 GPU(그래픽 연산장치) 컴퓨팅 시장의 성장과 함께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고대역폭(High Bandwidth) 니어 메모리(Near-memory, 연산장치에 가깝게 밀착되어 더 빠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TSV와 WLP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제품 개발에 착수했고, 기존 최고속 그래픽 D램 제품인 GDDR5보다 4배 이상 빠르며, 전력 소모량은 40% 낮고, 칩 적층을 통해 제품 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인 최초의 HBM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 부사장은 "HBM을 최초로 개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어서 시장과 고객이 만족할 만한 수준 이상으로 품질과 양산 역량을 끌어 올려야 했고, 이를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했다"며 "마침 회사에서 기술 로드맵에 따라 함께 개발하고 있던 MR-MUF 기술이 있었고, 안정성을 검증해 경영진과 고객을 설득해 이 기술을 3세대 HBM2E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발진을 믿고 기다려준 경영진과 고객 덕분에 결국 SK하이닉스의 고유 기술인 MR-MUF가 성공적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품질과 성능 측면에서 매우 안정적인 HBM2E의 양산과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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