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역대 최고 선수(G.O.A.T, Greatest Of All Time)의 화려한 대관식이었다. '무결점 사나이' 노박 조코비치(37·세르비아)에게 유일하게 없었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조코비치는 4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를 눌렀다. 매 세트 타이 브레이크 접전 끝에 2 대 0(7-6<7-3> 7-6<7-2>) 승리로 정상에 올랐다.
올림픽 출전 16년 만이자 5번 만에 목에 건 금메달이었다. 조코비치는 2008년 베이징 대회 때 단식 4강전에서 라파엘 나달(38·스페인)에 패하는 등 동메달이 그동안 최고 성적이었다.
조코비치는 테니스에서 GOAT로 꼽힐 업적을 이뤘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은퇴)와 '흙신' 나달, 역대 최고 선수들과 대등하게 겨루며 '빅3'를 형성했고, 이들을 넘어 메이저 대회 역대 최다 우승(24회)을 일궈냈다.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여자부 마거릿 코트(호주)와 함께 공동 다승 1위에 올랐다.
다만 코트는 1968년 이전 13회 우승, 이후 11번 정상을 달성했다. 온전히 프로 선수들과 겨뤘던 조코비치의 우승 가치가 더 높은 이유다. 특히 조코비치는 20회 우승의 페더러, 23회 우승의 나달과 자웅을 겨룬 끝에 이뤄낸 기록이다. GOAT로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런 조코비치도 수집하지 못했던 우승이 있었으니 바로 올림픽이다.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를 제패해 이미 그랜드 슬램을 이룬 조코비치였지만 이른바 '골든 그랜드 슬램'에 방점을 찍지 못했다. 4대 메이저 대회와 올림픽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앤드리 애거시(미국), 나달, 슈테피 그라프(독일), 세레나 윌리엄스(미국)뿐이었다.
5번째 올림픽에서 조코비치는 드디어 금메달로 '골든 그랜드 슬램'의 화룡점정을 이뤘다. 테니스 GOAT에 마침표를 찍었다.
2시간 50분의 대접전에서 승리한 뒤 조코비치는 벅찬 감정에 눈물을 쏟아냈다. 롤랑 가로스 코트에 엎드린 조코비치의 손가락이 떨릴 정도로 감격에 북받친 모습이었다. 조코비치는 "내 심장과 영혼, 신체, 가족, 모든 것을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바쳤을 정도"라면서 "엄청난 전쟁이었다"고 감동의 소감을 밝혔다.
부상을 이겨낸 금메달이라 더 값졌다. 조코비치는 지난 6월 프랑스 오픈 8강을 앞두고 오른 무릎 부상으로 기권한 뒤 수술대에 올랐다. 불과 한 달여 만에 윔블던에 출전해 결승까지 올랐는데 당시 알카라스에 완패를 당했다. 그러나 다시 한 달도 안 돼 올림픽에서 당시 패배를 설욕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쉽게 역대 최연소 금메달을 놓친 알카라스도 눈물을 흘렸다. 당초 알카라스는 경기 후 조코비치를 축하해줬지만 인터뷰에서는 눈물을 쏟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알카라스는 "금메달을 기대했을 국민들을 낙담하게 만들었다"면서 "스페인 국민들이 자랑스러워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실망했다"고 눈물의 이유를 밝혔다. 알카라스는 올해 프랑스 오픈, 윔블던을 제패하며 강력한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알카라스는 "조금 슬프지만 멋진 대회를 보냈다"면서 "정말 최고의 경기를 할 수 있어 내가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만난 것은 굶주린 노박으로 정말 훌륭했다"면서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고 노박이 승리할 만했다"고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조코비치도 16살 어린 후배를 언급했다. 경기 후 조코비치는 "프랑스 오픈, 윔블던에서 연속 우승한, 아마도 현재 세계 최고의 선수인 21세의 알카라스를 꺾은 금메달이야말로 아마도 역대 최고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둘의 명승부는 4년 뒤 다시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8년 41살이 되는 조코비치가 LA올림픽 출전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는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기수를 맡았을 때 선수로서 얻을 수 있는 최고라고 오늘까지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LA에서도 뛰고 싶다"면서 "올림픽이나 (국가별 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서 뛰는 것은 즐겁다"고 덧붙였다.
사실 LA올림픽이 열리는 2028년 조코비치는 선수로서 완전히 황혼기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페더러, 나달 등이 37살을 기점으로 꺾였음에도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다. 과연 전성기에 들어선 알카라스와 조코비치의 올림픽 재대결이 성사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