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고트(G.O.A.T, Greatest of All Time,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뜻)'가 되셨는데 어떠십니까?"
김우진은 취재진의 질문에 담담한 표정으로 "이제는 '고트'이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엄청난 자신감이다. 그럴만 하다. 김우진은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3관왕에 오르면서 통산 올림픽 금메달을 5개로 늘렸다. 양궁 김수녕, 쇼트트랙 전이경, 사격 진종오(이상 4개)를 뛰어넘어 한국 스포츠 선수 사상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가장 많이 획득한 선수로 역사에 기록됐다.
김우진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앵발리드에서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 4강에서 대표팀 동료 이우석을 꺾고 결승에 올라가 엄청난 집중력을 보인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슛오프 접전 끝에 따돌리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슛오프 승부는 극적이었다. 김우진은 먼저 10점을 쐈다. 라인 안쪽에 걸쳤다. 엘리슨도 10점을 쐈다.
김우진은 "최대한 10점 과녁 중앙에 가까이 붙이려고 노력했다. 라인에 맞았는데 쏘고 난 후에 이거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래디는 10점 중앙에 맞힐 능력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김우진은 남자 단체전과 혼성전에 이어 개인전 금메달까지 차지하며 임시현과 함께 대회 3관왕으로 우뚝 섰다.
김우진은 "마지막 슛오프까지 가는 상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또 4강에서 붙었던 이우석이 동메달을 획득해 매우 기쁘다. 이우석에게 미안하지 않게끔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다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한 소감으로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렇게 이름을 남길 수 있어 기쁘다. 하지만 난 아직 은퇴 계획이 없다. 4년 뒤에 있을 LA까지 정말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는 과거를 묻어두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우진은 벌써 다음을 생각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몇 개 따더라도 우리가 운동하는 건 바뀌지 않는다. 대우는 조금 달라지겠지만 양궁을 하는 건 바뀌지 않는다. 후배들에게 메달을 땄다고 젖어있지 마라, 햇빛이 뜨면 마른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에 머문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김우진은 이제 곧 귀국한다. 외국 출장을 가면 그 나라에서만 살 수 있는 물건을 사오라는 부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김우진의 가족들은 무엇을 부탁했을까.
김우진은 금메달을 매만지며 "이거 가져가면 되지 않을까요? 잘 챙겨가겠습니다"라며 시원하게 웃었다. 그렇다. 지금 파리에서 금메달보다 가치있는 게 뭐가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