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부터 여름휴가를 떠난다. 휴가 기간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면서 틈틈이 안보 및 민생 현장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휴가지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사태, 부동산종합대책, 체코 원전 수주 후속 조치 등 현안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닷새 간 여름휴가 일정에 들어간다. 휴가지는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가 있는 경남 거제시 저도 등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휴가의 경우 첫날 LS그룹의 대규모 이차전지 투자가 이뤄진 전북 군산을 찾았다. 이틀째는 경남 진해 해군기지를 방문한 후 저도로 이동했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 거제 고현종합시장 방문 등의 일정도 소화했다.
이번 휴가 역시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에도 시장 등 민생 현장 방문 일정이 있을 수 있고 제복을 입은 분들을 격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휴가 일정도 국정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윤 대통령은 휴가 마지막 날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운영 상황과 태풍 대비 태세를 점검한 바 있다.
휴가 중 지역 경제 활성화는 특히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무위원 여러분부터 지역 경제 활성화에 힘쓰고, 각 부처 공직자가 이에 앞장설 수 있도록 독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휴가 중에도 내수 진작에 신경써달라"고 주문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방송4법' 등 野 단독 법안 '거부권' 행사 가능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는 당면한 가장 큰 현안이다. 여야 합의 없는 법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이다.
야당은 최근 방송4법에 이어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데 통상 1주일가량 걸리고, 대통령은 정부 이송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정부로 이송된 방송4법부터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오는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한 후, 윤 대통령이 휴가지에서 전자결재로 이를 재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단독 처리를 예고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3조 원의 재원이 소요되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며 "헌법상 예산편성권은 정부에 있는데 의회의 권한인 법률을 통해서 행정부의 예산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 단독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일괄적으로 행사할지 등은 정부 이송 절차를 보면서 정해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국정 현안 보고도 받을 계획이다. 피해자가 상당한 티메프 정산 지연사태, 오는 15일 전 발표될 부동산종합대책, 다음 달 예정된 체코 원전 협력 순방 등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