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과 이우석 사이에는 사연이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일이다.
두 선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대회 남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 결승에서 만났다. 김우진이 이우석을 세트 점수 6-4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이우석은 국군체육부대 소속이었다. 아시안게임은 입대 후 6개월 만에 개최됐다. 만약 이우석이 금메달을 땄다면 곧바로 조기 전역이 가능했다. 둘 사이의 분위기가 다소 예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병역 혜택을 신경쓰지 않고 진검 승부를 펼쳤다. 마지막 김우진의 차례. 김우진이 8점을 쏘면 지고 9점을 쏘면 다음 라운드로, 10점을 쏘면 김우진이 이기는 상황이었다.
김우진은 10점 과녁에 화살을 꽂았다.
김우진은 "병역과 관련된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쐈고 결과는 내가 우승했다. 이우석이 많이 아쉽겠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우석은 "양궁은 선발전부터 투명하게 했고 개인 실력으로 올라온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그만큼 부족했기 때문에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라고 패배를 받아들였다. 둘의 승부는 한국 양궁이 얼마나 공정한 경쟁을 펼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다.
두 선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개인전 4강에서 격돌했다.
두 선수는 5라운드까지 승부를 내지 못했다. 5-5 상황에서 슛오프로 들어갔다. 김우진은 이번에도 10점 과녁에 화살을 꽂았다. 이우석은 9점에 그쳤다. 이번에도 김우진이 이겼다. 이우석은 환하게 웃으며 선배를 축하했다. 김우진도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우진은 결승으로 간다. 우승하면 대회 3관왕에 등극하고 한국은 올림픽 양궁의 모든 종목을 석권하게 된다. 또 김우진은 한국의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현재 김수녕, 전이경, 진종오와 4개로 공동 1위)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