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에서 다빈치까지…명화에 숨은 달콤쌉싸름한 사연들

[신간]
하루 5분 미술관
침묵의 비망록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

북피움 제공

'하루 5분 미술관'은 고흐에서 다 빈치까지, 미술 해설가가 들려주는 '낯설고 매혹적인 명화의 뒷이야기' 25편을 담은 책이다. 유명한 화가들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 또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지만 매혹적인 그림들이 담고 있는 색다른 이야기를 통해 그림을 바라본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외젠 들라크루아(1798-1863)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0)은 7월 혁명(프랑스 혁명)의 상징을 곳곳에 배치해 당시 상황을 잘 표현한 그림이다. 자유의 여신이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하는 프랑스 국기를 휘날리는 것 외에도 이 삼색기를 두 군데 더 배치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아내기 힘들 수 있다. 먼저 여신의 발아래 무릎을 꿇은 남자의 붉은 허리띠와 하얀 속옷, 푸른 셔츠의 삼색기다. 화면 속 멀리 배경이 되는 노트르담 사원의 꼭대기에도 삼색기가 휘날리고 있다. 그해 가을 이 그림을 완성한 들라크루아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조국을 위해 싸우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조국을 위해 이 작품을 그리고자 한다"며 의미를 부여 했다.

책은 당대 명화들을 불러들여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림 속 이야기와 배경, 역사적 맥락을 짚어가며 그림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

선동기 지음 | 북피 | 328쪽


도화 제공

장편소설 '침묵의 비망록'은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중산간 마을인 의귀리의 '4·3' 이야기를 바탕으로 매몰된 과거와 현재의 기억, 기록의 숨은 그림자를 찾아간다.

2012년을 현재, 마을지 '4·3' 집필자인 노인 김장수와 송령이골 무장대 합장묘의 종손 역할을 하는 아들 송철을 앞세운 의귀리 '4·3' 전후사를 얼개로 한 시간 여행을 펼친다. 일제강점기 말기인 1940년대부터 2012년 현재에 이르는 70여 년의 긴 시간의 서사가 흐른다.

소설에서 제주섬 전체를 아우르는 아픔과 갈등이 강렬하게 응축된 하나의 상징적 공간이자 실체로 존재하는 두 무덤 가운데 '현의합장묘'는 우여곡절 끝에 묘역이 새롭게 단장됐지만 '송령이골 무장대 묘'는 버려진 채로 있다.

1994년 그 존재가 처음 세상에 드러난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그곳의 시신들은 아직도 버려진 채 국외자로 남아 있다. 1949년 1월 한날한시에 사살된 51구의 시신들은 한 구덩이에 쓸려서 묻히고 난 그날 이후, 여전히 한덩어리로 뒤엉킨 채 길고 긴 잠에 빠져 있다. 아무도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알려하지도 않는다.

책은 우리들에게 '4·3' 정신으로 포장된 '화해, 상생, 인권, 평화'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하는 물음표를 던진다.

고시홍 지음 | 도화출판사 | 340쪽

민음사 제공

강은교 신작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는 허무의 심연과 윤회적 가치관을 노래한 시인이 근래 천착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무속 신화 '당고마기고모'를 통해 유장하고 장대한 시간 속에서 개인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고자 한다.

"고모, 노을이 질 때가 됐어요" 나는 이층 계단에 올라 서서 외쳤어. 그리고 마구 뛰어 올라갔어. 구석에 있던 의자를 번쩍 들고, // 고모가 느릿느릿 걸어오셨어. 고모는 의자에 풀썩 앉으셨어. 마치 싫은 자리에라도 억지로 앉는 듯이, "고모, 고모, 어디 아프세요?" "아니, 아니, 노을을 보려니 내가 사라지는 것 같애" 고모의 비스듬한 웃음, 나는 고개를 숙였어. 나도 사라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야. 우리는 나란히 해를 바라보기 시작했어. -'노을이 질 때' 중에서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시인'은 전생의 허밍처럼 아득하게, 어젯밤 꿈결처럼 생생하게 서러움의 내력을 연주한다. "기-인" 바람결이 찬란하게 쓸쓸한 생의 노래를 거든다. 바람이 거든 노래가 돌멩이들의 막막한 웅크림을 쓰다듬고 우주의 흉터 같은 별들을 스치울 때, 멀리서 반짝이는 우리 "기-인" 상처가 아름다움을 시작한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에는 서글픈 가운데 결코 불행해지지 않는 대범하고도 담대한 사랑의 미학, 구전되는 사랑의 언어를 발견한다.

강은교 지음 | 민음사 |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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