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펜싱 선수 올하 하를란은 2024 파리 올림픽 개최 전부터 이름을 널리 알렸던 선수다. 작년 7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러시아의 안나 스미르노바를 꺾은 뒤 악수를 거부하고 대신 자신의 검을 내민 장면이 유명하다.
펜싱에서 경기 후 악수는 의무다. 하를란은 실격 처리됐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필요한 랭킹 포인트를 쌓을 기회를 날렸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나서 하를란에 올림픽 출전권을 부여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그 전쟁에서 비롯된 하를란의 행동을 포용한 것이다.
하를란은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최세빈을 누르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를란은 한국 펜싱과 또 만났다.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윤지수, 전하영, 최세빈, 전은혜로 구성된 한국과 결승전을 펼쳤다.
한국은 경기 막판 40-37로 앞서다가 하를란이 출전한 마지막 9라운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하를란은 전하영을 8-2로 압도하고 우크라이나의 45-42 역전승을 이끌었다.
2022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직후 시작된 러시아의 침공과 지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차지한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이다.
하를란은 "관중석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많이 보였다는 건 우리에게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며 "러시아로부터 우리나라를 지키는 모든 영웅들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게 된 모든 선수들에게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를란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결승전에 대한 소감도 남겼다. 특히 메달 결정전 때마다 만난 한국 펜싱을 높게 평가했다.
하를란은 먼저 역전승에 대한 질문에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설명을 하기가 어렵다. 결승전이라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떤 순간에는 긴장이 완전히 풀려 있었다. 그냥 즐겁게 하자, 이 순간을 즐기자는 마음가짐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런 생각으로 경기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이어 "결승전은 굉장히 힘들었고 동시에 굉장히 흥미로웠다. 한국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멋진 일이다. 난 한국 펜싱 선수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정말 대단하고 강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