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한딸'은 누구인가…이재명의 '개딸' 따라갈까

한동훈 팬덤, 4개월 사이 '10만 달성' 코앞…총선·전당대회 거치며 '급증'
전당대회 응원전 나와 '세 과시'하며 존재감 보이기 시작
온라인에선 좌표찍고 댓글 공격 '친윤' 정점식 향해 실력행사하기도
이재명의 '개딸'과 유사하지만, 지지층 좁다는 점에서 차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박종민 기자

'한동훈 팬덤'이 보수 진영 내 새로운 신드롬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동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성한 이후 그의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지지자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팬덤인 '개딸'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앞으로 여당 내에서도 '한딸(한동훈의 딸, 한동훈 팬덤을 이르는 용어)'의 영향력 커질 것이란 전망과 동시에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대로 한 대표의 지지층이 한정적이라 팬덤의 영향력이 당 전반으로 확장되긴 어렵지 않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동훈은 우리가 지킨다"…韓 당 대표 선출로 뜨거워진 '한딸'의 힘

3일 취재를 종합하면 총선 직후 2만 명 수준이었던 한 대표의 대표 팬클럽 '위드후니' 가입자 수는 한 대표 취임 2주가 지난 이날 기준 9만 2800명을 넘기며 4개월 사이 약 4.5배 이상 급상승했다.
 
한 대표를 둘러싼 뜨거운 팬덤 열기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가시화됐다. 한동훈 당시 후보가 전당대회 지역 토론회 일정을 소화하던 시기,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토론회장 앞엔 흰색 옷을 맞춰 입은 중년 여성 중심의 지지자 군단이 북적거렸다. 이들은 한 대표가 토론회 단상에 오르면 자리에서 일어나 큰 환호성을 보냈고 연설이 끝나면 우르르 자리를 뜨는 등 세(勢)를 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전당대회 당일,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고 약 63%의 압도적인 지지로 한 후보가 대표로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당대회장 밖에 몰린 지지자들 사이 환호와 흐느끼는 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웠다.
 
취임 직후엔 온라인을 중심으로 좀 더 적극적인 집단행동의 양상을 보였다. 한 대표 취임 당일인 지난달 23일, 조국혁신당이 한 대표 당선에 맞춰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며 공세에 나서자 '위드후니'에서는 "한동훈 특검 반대 동참합시다", "한동훈 특검 반대 참 쉽죠"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날 기준 국회 입법예고 사이트엔 '한동훈 특검법'에 5532개에 이르는 의견이 등록됐다.
 
그런가 하면 최근엔 한 대표의 인사권에도 힘을 보태려는 움직임이 '댓글 테러' 양상으로 포착됐다. 지난달 말, 친윤(친윤석열) 정점식 당시 정책위의장의 거취를 두고 논란이 되자, 그의 페이스북에 몰려가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댓글 공격을 가한 것. 정 전 정책위의장은 결국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재명의 '개딸' 연상시키는 '한딸'…확장성 한계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 윤창원 기자

정치권에선 온라인 '화력 지원'을 통해 세를 과시하거나 선거를 앞두고 오프라인으로 뭉치는 등의 모습이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개딸'과 비슷한 양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 전 정책위의장 댓글 테러 사건처럼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겐 무한한 지원을 보내면서도 특정 정치인에 대해선 좌표를 찍고 댓글 공격에 나서는 모습도 이들 팬덤과 유사하다. 최근 정치권 내에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국민의힘 출신 '친윤' 무소속 장예찬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그토록 비판해 온 개딸과 한딸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며 그들이 보수에서 제2의 개딸 노릇을 한다면 한동훈 대표가 직접 나서서 자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한딸'이 점차 여당 내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앞으로 한 대표가 당원,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효능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당내 팬덤 정치 영향력도 커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친한'으로 분류되는 한 초선 의원도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심한 당내 분위기에서 팬덤이 한 대표의 당 운영에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한딸'이 보수 진영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향후 당내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긴 어렵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한 대표의 팬덤을 보면, 중년 여성 그리고 보수 진영 내 '변화'를 바라는 지지자들이 대부분"이라며 "한 대표의 팬덤이 보수 전체를 대변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TK(대구·경북) 그리고 남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팬덤 현상에 거부감을 가지는 기류가 있다"며 "더 큰 팬덤으로 확장하기 위해선 이들까지 포섭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나"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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