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가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로 수감자를 맞교환하자 우크라이나가 경계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수감자 교환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거래가 냉전 종식 후 처음이라는 점, 9개국 당국자들이 참여한 복잡하고 지난한 외교전을 거쳤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자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수감자 교환으로 서방이 러시아와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서도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와 비밀 회담을 시작할 수 있다는 불안이 존재했다.
일단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주 했던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관해 논의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언급하며 이를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WP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이제 '너무 독립적'이어서 잠재적 협상에서 비켜날 수 없고, 다른 이들이 휴전 조건을 강요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서방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와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무기와 자금 지원 중 어느 하나라도 끊어진다면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현실 역시 인식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번 수감자 맞교환을 두고 "이것이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무엇이 합의되든 우크라이나와 공동으로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를 걱정할 만한 과거 사례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은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이후에도 갈등은 계속됐고 결과적으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했다.
민스크 협정 당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휴전 협정에 서명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때 러시아는 분쟁 당사국이라기보다는 거래의 보증인처럼 대우받았다고 WP는 전했다. 이후에도 러시아는 양국 간 갈등이 우크라이나와 내부 분리주의 세력 간에 발생했다는 허위 주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익명의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이번 수감자 교환을 두고 "반체제 인사와 스파이를 교환하는 냉전 최고의 관행이 부활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 당국자는 서방이 이번 교환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관련해 양보했을 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우려를 표명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