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이별을 경험한 모두를 감싸안는 빛 '샤인'

영화 '샤인'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누구나 한 번쯤 이별을 겪고, 이별의 아픔이 불러온 외로움을 겪어봤을 것이다. 잘 알고 있지만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 이 과정을 마주하기까지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칠까. 그리고 그 어두운 터널 끝에 빛을 만난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갈까. '샤인'은 이별을 경험해 본 우리 모두를 따뜻한 빛으로 감싸안는다.
 
열여섯 예선(장해금)은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외로움에 갇힌다. 마음을 닫았던 예선은 스텔라 수녀와 라파엘라 수녀(장선), 그리고 친구들의 따뜻한 위로로 웃음을 찾아간다. 그런 예선 앞에 여름과 함께 여섯 살 새별(송지온)이가 홀로 나타난다.
 
제주에서 갈 곳 없는 새별을 보호하고 싶었던 예선은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까지 하며 꿈같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제는 행복만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던 순간, 새별을 버렸던 친엄마가 예선과 새별 앞에 나타난다.
 
장편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박석영 감독이 꽃, 바람 그리고 빛으로 이어지는 다섯 번째 영화 '샤인'으로 다시 관객들 앞에 섰다. '샤인'은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혼자가 된 열여섯 살 예선(장해금) 앞에 엄마에게 버려진 여섯 살 새별(송지온)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 '샤인'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
외로움 그리고 부재의 아픔을 섬세하게 그려온 박 감독은 이번엔 제주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외로움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샤인'은 이별로 인해 외로움에 빠져든 예선이 새로운 만남과 또 다른 이별을 통해 단단해지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두 시간여의 러닝타임 안에서 보이는 예선의 이야기는 우리 삶과 닮았다. 무수한 만남과 이별, 그러는 가운데 다가오는 사랑과 외로움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우리는 빛과 어둠이 교차함을 느낀다. 이러한 삶의 이야기를 '샤인'은 제주의 자연과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그려냈다.
 
혼자가 된 예선은 친구들을 향해 열려 있던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할머니의 죽음 후 몰려온 슬픔을 견뎌내고자 하는 예선이 선택한 방법은 홀로 끌어안고 버티는 것이었다.
 
영화 '샤인'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
그런 예선을 위해 라파엘라 수녀와 스텔라 수녀(정은경)는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아니, 할 수 있는 것을 넘어 해내려 한다. 법이라는 제도가 두 수녀의 의지를 가로막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수녀는 해내기 위해 발로 뛰고 부탁을 거듭한다. 이러한 노력 끝에 조금이나마 예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을 받아낸다. 홀로 남은 예선을 돌보고자 하는 마음이 이뤄낸 결실이다.
 
두 수녀와 친구들의 진심을 통해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연 예선에게 어느 날 엄마에게 버림받은은 새별이 찾아오게 된다. 혼자가 된 예선은 혼자가 된 새별을 외로움으로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감싸안는다.
 
새별과 만나며 예선은 자신의 외로움을 잠시 놓아둔 채 새별의 외로움을 위로한다. 그리고 자신이 받았던 돌봄을 새별에게 나눠준다. 외로움이 이끈 만남은 진심으로 나아갔고, 그 끝에서 예선이 만난 건 또 다른 이별과 다시 나아가는 마음이다.
 
우리는 다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 '희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차례 아픔, 지나온 어둠은 예선에게 빛을 안겨줬다. 슬픔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자, 앞으로 나아갈 디딤돌이 되어줬다. 그렇게 우리는 인생을 나아간다. 그리고 '샤인'이 가르쳐 준 것은 만남과 이별, 빛과 어둠이 늘 우리의 삶에서 교차한다는 것이다.
 
박석영 감독의 전작들에서도 열연을 보여준 정해금, 장선, 정은경은 이번 작품에서도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존재했던 인물이 되어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이끈다.
 
영화 '샤인' 스틸컷. ㈜인디스토리 제공
전문 배우들의 활약 가운데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은 '바람의 세월' 공동 연출자이자 단원고 2학년 1반 고(故) 문지성 아빠 문종택 감독이다. 영화에서 바다 앞에서 딸을 향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문 감독의 분량은 어쩌면 뜬금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부재와 이로 인한 외로움을 가진 인물들을 그린 것이 '샤인'이라면, 문 감독은 영화와 완전하게 동떨어진 인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속 잠깐씩 등장하는 문 감독의 모습에 눈길을 둘 수밖에 없다.
 
'샤인'에서 관객들을 잡아끄는 건 배우들의 호연뿐만이 아니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제주의 낮과 밤, 빛과 어둠은 물론 제주의 바람과 파도가 새삼스러울 정도로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움직이는 제주를 스크린을 통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제주로부터 돌봄과 위안을 받는 느낌이다.
 
129분 상영, 7월 3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샤인' 포스터.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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