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호가 말한 엄마는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 길영아 현 삼성생명 감독이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복식 동메달,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 여자복식 은메달을 딴 전설. 1995년 세계선수권과 여자복식,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전영오픈 여자복식을 거머쥔 복식 최강이었다.
김원호는 엄마 길영아를 보면서 올림픽에 대한 꿈을 키웠고, 엄마의 마지막 올림픽 메달 후 28년 만에 자신의 목에도 은메달을 걸었다.
김원호는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에서 정나은(화순군청)과 호흡을 맞춰 정쓰웨이-황야충(중국)에 0-2(8-21 11-21)로 패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16년 만의 은메달이었다.
김원호는 "어릴 때부터 엄마를 보면서 올림픽 꿈을 키워왔다. 올림픽에서 금·은·동을 다 따셨기에 그것에 대한 부담감이 아직까지도 조금 있다"면서 "사실 결승에서도 욕심이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더 많은 노력을 했고, 우리 노력이 부족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 한 번 더 많은 것을 느꼈고, 다시 새롭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원호의 올림픽 출전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원호는 원래 혼합복식이 주력은 아니었다. 최솔규(요넥스)와 함께 남자복식을 주력으로 하면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도 땄다. 하지만 최솔규가 대표팀 내 불미스러운 일로 태극마크를 달 수 없게 됐고, 김원호는 첫 올림픽을 정나은과 혼합복식으로 출전했다.
조별예선부터 삐걱거렸다. 1승2패를 기록했지만, 3개국이 1승2패로 물리면서 극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4강에서는 대표팀 선배이자 세계랭킹 2위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을 만났지만,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결승까지 올랐다. 그리고 목에 건 은메달.
김원호는 "올림픽 출전 만으로도 나에게는 영광스러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 기분이 매우 좋다"고 웃었다.
이로써 김원호는 엄마 길영아와 함께 한국 올림픽 최초의 모자(母子) 메달리스트가 됐다. 앞서 기계체조 여홍철(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 은메달)과 여서정(2021년 도쿄 올림픽 도마 동메달)의 부녀(父女) 메달리스트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