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양궁의 간판 김우진은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펼쳐진 랭킹 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앞서 랭킹 라운드 1위로 혼성 단체전 출전을 확정한 임시현을 두고 "제가 임시현 선수의 말만 잘 들으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우진과 임시현이 출전한 혼성 단체전 대표팀의 화살이 금빛 과녁에 명중했다. 김우진이 임시현의 말을 잘 들었기 때문일까. 임시현은 웃으며 "제가 (오빠의) 말을 잘 들었던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우진은 가만히 있지 않고 "제가 말을 잘 들었어야 했는데 (임시현이) 제 말을 잘 듣게 했네요"라며 웃었다.
실력도, 재치도 환상의 호흡이다.
두 선수가 출전한 한국 양궁 혼성 단체전 대표팀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앵발리드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독일을 6-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땄다. 한국은 2회 연속 올림픽 혼성 단체전을 제패했고 김우진과 임시현은 나란히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김우진은 "단체전에 이어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따 매우 기쁘다. 임시현 선수가 오늘 많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너무 잘해줬다 임시현 덕분에 메달을 딴 것 같아 너무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시현은 "너무 영광스럽다. 우진이 오빠가 훨씬 더 많은 부담을 느꼈을 텐데 그 와중에 너무 좋은 경기를 보여줬다. 저도 이제 앞으로 목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통산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김우진을 롤 모델로 더 성장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결승전은 다소 싱거웠다. 이탈리아와 인도를 상대했던 8강과 4강에서는 연이어 첫 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3번의 세트를 거머쥐며 승리했다. 오히려 최대 고비는 대만과 16강전이었다. 슛오프 접전을 치렀다. 그러나 임시현을 시작으로 김우진까지 나란히 10점을 쏘면서 상대에 빈틈을 주지 않았다.
임시현은 "정말 둘 다 너무 간절했던 메달이기 때문에 슛오프에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진짜 간절하게 쐈던 것 같다. 그게 딱 10점에 물리면서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임시현은 주요 혼성 단체전에서 두 차례 우승한 경험을 갖게 됐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현 대표팀 멤버인 이우석과 짝을 이뤄 정상에 등극했다.
김우진과 이우석 중 누구와 호흡이 더 잘 맞았을까. 취재진의 짓궂은 질문에 "제가 감히"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은 임시현은 "둘 다 너무 든든하게 잘해주는 오빠들이어서 저는 마음 편하게, 제 경기만 하면 당연히 스코어가 따라와주는 좋은 환경이었다"고 말했다.
만약 김우진과 임시현이 1대1 승부를 벌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김우진은 "그날의 컨디션에 갈리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우문현답이었다. 그만큼 한국 양궁은 강하다. 또 한 번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