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강공 인사·거부권 vs 野 탄핵·단독 처리…출구 없는 '악순환'

대통령실과 거야 간 '강 대 강' 대치 갈수록 심화
여소야대 지형 밀리는 與…용산은 '배수진'
연이은 '강공 인사'…이진숙 임명 이틀 만에 野 탄핵 소추
김문수 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대치 뇌관으로
野 법안 단독 처리, 尹 거부권…출구 없는 전쟁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거야(巨野) 간의 '강 대 강' 대치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지난 총선 이후 국회 여소야대 구도가 한층 굳어졌고 여당의 대응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인사권과 재의요구권(거부권) 등으로 배수진을 치며 맞서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선으로 '강공' 드라이브를 명확히 했다. 야권은 이 위원장을 향해선 탄핵안으로, 김 후보자에 대해선 강력 반발하는 등 출구 없는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연이은 '강공 인사'…이진숙 임명 이틀 만에 野 탄핵 소추

윤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로 이 위원장을 지명했다. 김홍일 전 위원장이 야당의 탄핵안 처리에 앞서 자진 사퇴한 지 이틀 만이다. 이 위원장은 이례적인 '나흘 청문회'를 거쳤지만 야당의 강한 반발 끝에 청문보고서는 끝내 채택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에 지난달 31일 임명을 강행했고 야당은 임명 이틀 만에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처리했다. 김 전 위원장과 그 직전인 이동관 전 위원장은 야당 탄핵안 영향으로 임기를 각각 약 6개월에서 3개월 정도밖에 유지하지 못했는데, 그보다 훨씬 상황이 급박해진 셈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방통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이 같은 모습은 대통령실과 야권 간 '강 대 강' 대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MBC 기자 출신이자 지난 대선 당시 캠프 언론 특보를 지낸 이 위원장은 MBC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강력하게 추진할 인물로 꼽혀왔다.

야 6당은 2일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보고하며 "이 위원장은 MBC 간부로 재직하면서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등으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고, 권력을 비판하는 MBC를 광고 거부로 응징해야 한다며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편향된 인식을 갖고 있다"며 "용산의 거수기가 돼 임명 첫날부터 방통위를 위법하게 운영한 이 위원장을 반드시 탄핵해 직권남용을 통제하고 헌법 수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이 '긴급 사유'를 들어 임명 당일부터 전체회의를 소집해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단행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민생을 외면한 채 반헌법적인 '탄핵 폭주'에만 나서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방송통신위원장이 근무 단 하루 동안 대체 어떻게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행위를 저질렀다는 건지 묻고 싶다"며 "야당은 민심의 역풍이 두렵지 않은가. 헌정 파괴 정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2대 국회 들어 지난 두 달 동안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안만 이번이 7번째로, 9일에 한 건꼴로 탄핵안을 발의하고 있다"며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낸 것과 야당이 '오물탄핵'을 하는 것에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 역시 탄핵안 처리에 앞서 자진 사퇴한 전임 두 위원장과 달리, 헌재 심판을 받아보겠다며 버티고 나섰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뇌관으로…출구 없는 '강 대 강'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양측 간 충돌에 또 다른 뇌관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지명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15·16·17대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 등을 거쳐 온 김 후보자는 과거 '막말'을 비롯한 노동관 문제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은 김 후보자의 "불법파업에는 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 "민주노총은 김정은 기쁨조",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 등 과거 문제 발언들을 재소환하면서 "윤석열 정부 스스로 반(反)노동·반국민적 정부임을 자인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국정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인사라고 맞서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후보자 등에 대한 우려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현재로선 국정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영방송이든, 민주노총이든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야권이 압도하는 이러한 구도에선 두루뭉술한 인사, 태도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야권이 국회에서 법안을 단독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돌려보내는 상황도 '도돌이표'처럼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야당이 단독 처리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함께, 야당 단독 통과가 예상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모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게 예상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 야당 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출구 없는 싸움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회전이 반복되더라도 어떻게 그러한 법안을 받고, 어떻게 그런 행태를 용인하겠나"라며 "우리가 집중할 수 있는 건 물가, 금리, 이런 민생 문제뿐이다. 민주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니 출구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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